정말 즐겁지만, 결말은.......
you 2004/02/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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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편은 작가님이 그 어느때보다 깊게 쓰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작가님의 모든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까.
적그리스도에 관한 인물들의 행동은 정말 즐거운 것이었다. 모든 선과 정의를 위하는 사람들은 물론, 말세편 끝부분까지 사람들과 인물들을 이끌어왔던 예언서마저 적그리스도를 죽이려 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에 대한 소멸같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도 희망이라는 가능성이 있고 결국 멸망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 낫게 변화할 수 있는 가망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가능성을 없애는 행위는 세계가 가진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하나의 폭력이라 할을 수 있지 않을까.
씨앗속에 감추어진 것이 선한지 악한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모양만 보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물들의 행동에 손을 들어주겠다. 어쨌든 그들은 끝까지 자신의 올바른 신념을 관철시켰고 끝내 그들이 옳았다. 예언서를 쓴 이도 그것을 바라고, 더 정확히 말해 그들이 예언서에 의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든다.
말세편은 정말로 퇴마록의 모든 편들보다 내가 재밌게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 개가 아닌 별 네 개를 준 까닭은 간단하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던 결말 부분때문이다. 나는 모든 엔딩을 좋아한다. 내용에 맞는 엔딩이라면 그 어떤 비극적인 엔딩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인다. '내용'에 맞는 엔딩이라면.
사실 장편같은 경우엔 열린 엔딩도 상당히 즐겁다. 그러나 말세편은 열린 엔딩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엉성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인듯한데 뒤쪽 엔딩부분이 뚝 잘려나간 것처럼 그때까지 이어져 온 흐름이 뚝 끊긴 듯했다. 마치 쾌속선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누가' 날 바다에 빠뜨려서 표류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작가님이 너무 많은 엔딩을 생각해놓고 그것을 고르지 못하거나 고를 수 없어서 손을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독자들이 따로따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모든 엔딩이 실현되는 것이니까. 결말을 짓지 않는다면 작가님은 언제나 결말을 생각하며 즐거울 수 있으니까. 게다가, 어느 정도 사그라드는 맛이 있어야 결말을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 장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정리 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없어 슬펐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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