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몽구와 남승지는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들로부터 '무장봉기'를 위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남승지는 집 안의 종손인 자신을 결혼시켜 일본에 눌러앉히려고 하는 어머니와 사촌형의 간곡한 부탁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남승지와 강몽구는 봉기에 필요한 소기의 자금과 물자를 확보한 후 귀향한다.
이방근은 조국의 분단을 막고 친일 경찰과 '서북'의 만행을 몰아낸다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는 '무장봉기'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마음의 불안과 동요를 느낀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돌아온 강몽구로부터 조직의 특별 비밀 당원이 되어 자신들의 '봉기'를 지지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한편 일제 강점기 때 온갖 수단과 방법을 통해 부를 축적한 이방근의 아버지 이태수는 자신의 아들이 좌익활동에 가담하여 집안을 풍비박산 낼까 봐 노심초사한다.
아버지의 걱정 등으로 심란해진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산천단을 방문한 이방근은 그곳에서 우연히 남승지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곧 다가올 ‘혁명’에 대한 토론을 하며 함께 성내로 돌아온다. 남승지는 방학을 맞아 제주로 귀향한 이방근의 동생 이유원을 만나고, 이방근은 비밀스럽게 봉기를 준비하고 있는 '해방구'에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설사 문맹이라 할지라도, 식민지 민족으로서의 고통을 몸소 겪어 온 조선의 어머니들은 옛날부터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자식을 언제라도 떠나보낼 마음의 토양이 있었다. 지하조직의 활동가는 애국자이고, 일제강점기부터 사회주의자나 민족주의자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투쟁해 왔다는 신뢰감이 있었다. 그것은 소박한 신앙이기까지 했다. "204
혁명은 일종의 종교인데다, 우리 조선 민중 자체가 일본 제국주의 때문에, 아니 예로부터의 압정 때문에 혁명적이야. 조직이라면 무조건 지지하지. 특히 제주도의 인간들은 그래. 섬 주민의 90퍼센트, 섬 주민의 대부분이 좌익을 지지한다는 건, 반드시 공산주의자들의 선전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어. 381
남한만의 단독선거,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고, 미국을 반대하고, 이승만을 반대하고, '서북'을 반대하는 자 모두가 '좌익'이 되고 '빨갱이'가 되며. '단선'을 반대하는 우파의 지도자 김구 선생까지 좌파의 앞잡이로 몰아세우는 시국에서는, '좌경'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