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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움과 고결한 정신이 살아있는 땅-티베트. 이 땅에 대한 동경은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품어봄직할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고향이며 끊임없는 정치적인 분쟁지역이 되어 온 이 땅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것은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종교 때문일 것이다.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합리적인 것으로 교육받아온 우리에게 그들의 문화와 종교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서구적인 교육을 받아왔지만 동양인인 나로서는 티베트의 정신문화는 깊은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티베트의 고독>과의 만남은 설레였고, 그 두근거림은 내가 품어온 티베트의 환상을 한층 증폭시켰다. 화자인 '나'는 티베트의 열여덟 부족장 중 한 사람, 매치투스의 둘째아들로 취중인 아버지의 실수로 태어난 탓에 바보이다. 바보인 '나'가 바라보는 티베트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사이의 질투, 권력을 얻기 위한 투쟁은 모두 장난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 깊은 슬픔을 준다.

중국으로 인한 양귀비의 재배, 기독교의 이입, 부족들 간의 싸움 등은 결국 역사의 흐름을 타고 약소부족인이들의 운명을 파멸로 치닫게하고 만다. 이런 역사적인 사건과 얽혀지면서 바보가 보여주는 번뜩이는 천재성은 탄탄한 서사가 보여주는 소설적인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감동적을 다가오는 것은 권력자이기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했던 바보의 삶이다. 그는 바보라는 순수한 이름 아래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작은 행복들을 돌이켜보게하는 것이다. 최고의 미인 아내를 두었으나 사랑을 얻는데 실패했고, 앞날을 예측했으나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절망한 바보의 삶은 결국 우리의 삶에서 행복이란 명예와 부, 혹은 권력이 아니라 진실을 볼줄 아는 눈과 선한 것을 행할 줄 아는 것임을 일깨운다.

성장기에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삼국지나 오래된 전설같은 이야기가 주었던 명찰과 역사 앞에 인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재밌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신비의 땅-티베트는 더욱 고색찬연한 빛을 발하는 역사의 공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약자로서의 역사를 지탱해온 그들의 힘겨운 삶에 연민과 깊은 갈채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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