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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재님의 서재
  • 목소리, 나를 담다
  • 조윤경
  • 11,400원 (5%360)
  • 2021-08-01
  • : 59

초등학생 때부터 라디오 듣는 걸 좋아했다. 8시 친한 친구부터 10시엔 별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심심타파를 들으며 킥킥대다 잠자리에 들고, 곧잘 3,4시까지 넘어가곤 했다. (그래서 내 키가?)


그만큼 라디오는 내게 너무 편하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DJ가 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수학 시간에는 칠판 앞에 나와 문제를 풀라고 시킬까봐 떨렸고, 국어 시간에는 소리내어 책을 읽고 싶어 떨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사람을 귀 기울이게 하는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부러워했다.


그때의 꿈이 어디 한구석에 남아있었던 걸까. 작년 봄, 퇴사 후에 마인드스쿨에 개강된 모든 수업을 등록할 때, 수강 신청 리스트에 뜬금없이 보이스 코칭 수업이 있었다. (당시) 앞으로 커리어에 필요하지도 않았고, 목소리에 딱히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왠지 꼭 듣고 싶었다. 


첫 수업을 간 날 선생님께서는 어떤 목소리를 갖고 싶냐고 물으셨다. 테스트를 해서 나의 목소리가 어떤지 파악하고 피드백을 주실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어떤 목소리가 갖고 싶냐니?


생각해보니 나는 막연하게 말을 잘하고 싶다거나,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되는 목소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한 번도 어떤 목소리를 갖고 싶은지, 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좋은 목소리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동안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고, 나조차 나에게 묻지 않았던 질문을 선생님께서 던져주셨고, 고민 끝에 나는 신뢰감 있고 당당한 목소리 를 가지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굉장히 자신감이 없고, 인정 받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선생님은 내가 이미 그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나 자신에게 지독하게 못된 말만 퍼붓던 나에게 선생님은 부드럽게 내 시선을 돌려, 내가 보지 않았던 면을 마주보게 하셨다.


4주간의 코칭 수업 동안 사실, 수업 내용을 열심히 따라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자, 목소리에서부터 드러났다는 것.


요즘엔 나의 목소리와 말투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그리고 나도 내 목소리와 말투가 참 좋다. 지금의 내 모습을 발견하기까지 첫 발을 내딛도록 무한한 신뢰로 이끌어주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모든 고민과 경험이 찐하게 녹여진 책 <목소리, 나를 담다> 를 다시 읽는 지금. 다시 2020년 유독 따스했던 봄날 함께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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