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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는 39도
- 이다루
- 11,700원 (10%↓
650) - 2020-03-10
: 23
다들 마음속에 비밀 하나쯤 품고 계시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서, 부끄러워서 혹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파서.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왔던 이야기들. 시간이 흘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살다가도,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기억에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얼굴이 시뻘게지거나 말을 더듬기도 하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하죠.
저에겐 가족 이야기가 그랬고, 열등감이 그랬습니다. 저 역시 상대방이 나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얕볼까봐,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웠거든요. 뭐든지 억지로 하는 일엔 부작용이 있죠. 내 과거와 뒤틀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숨기다보니, 더 꼬이고 뒤틀리던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전혀 기분 나쁠 이야기가 아닌데도 불쾌해지거나, 상대방을 탓하며 나를 정당화했습니다. 비밀을 품고 사는 일에는 이렇게 많은 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속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그 기분.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던 그 기분과 같아요. 그동안 기를 쓰고 꼭꼭 숨기려던 노력이 우스워질 만큼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립니다. 정신없이 복잡했던 머릿속이 텅 빈 느낌. 뭐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채우기 위해선 먼저 비워야 합니다. 이미 가득 찬 가방엔 아무리 비싸고 귀한 물건도 넣기 힘들어요. 이미 양손에 짐이 가득한데 가진 걸 내려놓지 않고서는 새로운 걸 가질 수는 없죠. 지금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 덩치 큰 친구들, 이젠 보내줍시다. 꼭 누군가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 일기장에 털어놓는 걸로도 충분하죠. 이제 우리, 좋은 것만 담기로 선택해요. 요즘 날씨 참 좋아요. 멀리 가진 못하지만 집 근처에서 만난 예쁜 봄꽃들, 맛있는 커피 한 잔처럼 기분 좋아지는 것들만 담고 나머지는 보내주세요. 그리고 내가 채우고 싶은 이야기들로만 가득 채우는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다루 작가의 고백으로 이어지는 <내 나이는 39도>. 그동안 이 많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는 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리고 모든 걸 쏟아낸 뒤 얼마나 시원했을까? 작가님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새롭게 채워갈 작가님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가 되네요!
우리가 가장 희망을 얻는 이야기는 고난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내용이죠.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또한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될 거예요. 저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되길 소망합니다.
https://m.blog.naver.com/2__jei/2219067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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