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할 결심을 하고 러시아로 떠났다고? 황량하고 광막한 러시아 어딘가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떠난 여행,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사기를 당하고 전쟁이 일어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격리를 당하고 비행기는 결항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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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주제 선정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알려졌다는 이묵돌 작가의 에세이를 처음 읽어 보았다. 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지만 러시아로 요절할 결심을 하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라고 하여 신청을 했다. 러시아에 죽으러 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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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된다. 어디론가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상상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막상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에 관한 해답이 이 책 [여로]에 들어있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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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매우 좋아한다. '드넓다', '광활하다', '이국적이다.', 그러면서 '을씨년스럽다' 등의 형용사가 어울리는 나라, 러시아. 러시아는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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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묵돌, MZ 세대 탑티어 문학가라고 하는데, 글쎄. 젊은이가 이렇게 죽는다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니. 너무 지긋지긋해서 정말 어디로든지 떠나서 얼어 죽든 굶어 죽든 뒈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이 그의 첫 책이 아니고 나는 그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겠다며 여행을 떠나고 공공연히 죽겠다고 말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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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길이 평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주 많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생활고로 대학도 자퇴했다고 한다. 중학생때부터 글을 썼고 취미삼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 인기를 끌어 책도 여러 권 내고 강연도 다녔다고 한다. 이씨는 어머니의 성씨이고 묵돌은 흉노족 족장의 이름을 딴 것으로 '용기 있는 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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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험한 일을 많이 당했는데 기어코 돌아온 것을 보면 진짜 뒈질 양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필사적으로 다시 살아서 제자리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작가는 젊어서 그렇지 나는 이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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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죽는다고 대서특필하는 사람은 결코 죽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죽으려고 떠났지만 그 죽는 것조차 마음되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러시아 여행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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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김영사의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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