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 부끄러움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세계는 활기차다. 언제나, 언제나!" 제대로 된 어른은 없다. 하나도 없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날을 함께 살아가면 된다. 그냥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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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작은 항구 마을로 이사 온 뚱뚱한 엄마 니쿠코와 사춘기 딸 기쿠코. 엄마는 그야말로 '거지 같은 남자들'에게 실연을 당할 때마다 이사를 한다. 그 거지 같은 남자들에게 몸도 마음도, 피땀 흘려 모은 돈까지 다 퍼주고 결국은 버림을 받았다. 한두 번도 아니다. 이쯤 되면 뭔가 '교훈'을 얻을 법도 한데 뚱뚱한 엄마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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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은 놈들이 떠넘긴 빚을 죽을 각오로 갚고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 스물일곱 살, 너덜너덜했다. 서른세살, 너덜너덜했다. 사랑을 잃을 때마다 성대하게 울고 성대하게 슬퍼하는 엄마를 보면서 딸 기쿠코는 마치 '오페라' 같다고 생각한다. 본 적도 없지만 말이다. 자칭 소설가남을 끝으로 서른다섯 살, 다시 너덜너덜했다. 서른다섯 살의 니쿠코와 기쿠코는 항구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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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니쿠코의 생일은 7월 3일,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생일이 같단다. 거지 같은 놈들만 꼬이는 엄마, 거기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는 엄마를 보는 초등학생 딸 기쿠코의 시선은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어른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연한 거 아닌가?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지 엄마는 날로날로 뚱뚱해져 간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흡사한 몸매의 엄마. 다행스럽게도 기쿠코는 엄마와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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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다정한 마을 사람들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는 기쿠코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 마을에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또 다른 남자에게 실연을 당해 이 마을을 떠나게 될까 봐 두렵다. 엄마를 창피해 하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엄마가 부럽기도 하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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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엄마'는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낙천적이다. 작가 니시 가나코는 이렇게 말한다. "제게 소설을 쓰는 것이란 이 세상의 니쿠코를 쓰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니쿠코를 쓰는 것."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다. 언젠가 사라질지라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차피 사라질 인생, 최대한 웃으며 즐겁게 살자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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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확실히 따뜻하다. 정감이 넘친다. 물론 좋은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내 삶이 꽃밭이 아닐지라도 꽃밭을 걷는 것 듯이 살아가는 니쿠코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세상은 보기 나름이다. 행복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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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회 나오키상, 일본 서점대상 2위를 받은 일본의 대표적 여성 작가라는 니시 가나코의 이 따뜻한 소설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각종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소설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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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를 것 없는 보통의 날이 제일 좋은 겨! 라고 외치는 엄마 니쿠코. 사는 것이 힘들고 외로울 때면 니쿠코를 생각해야겠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거지 같은 생각이 들 때는 니쿠코를 생각하자. 왜?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어른은 하나도 없으니까. 원래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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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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