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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LY님의 서재
  • 미중 관계 레볼루션
  • 이희옥 외
  • 15,300원 (10%850)
  • 2025-11-05
  • : 1,755

'기정학(技政學)'시대, 살아남을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정치·외교·경제·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 4인이 제안하는

생존을 위한 한국의 선택

'기정학(技政學)'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서 이 책에 눈길이 갔다. 미중 갈등이 한두해 된것도 아니고 이 두 강국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책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 필요한 때다. 이 책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을 연결하는 기정학(技政學)적 전략 아래, 한국에 '안미경미安美經美'라는 단일 선택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p. 7)는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면 말이다.

2025년은 중국이 2014년에 야심 차게 입안한 정책인 '중국제도 2025' 10년 계획이 끝나는 해이기도 합니다. (p. 4)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이나 일본, 멕시코, 캐나다 같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들에까지 고율의 관세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세계는 빠르게 그리고 불화길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p. 6)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패권 전쟁 전개 양상은 결국 한국의 운명과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p. 8) 저희의 대담을 통해,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서 한국은 반드시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9)

들어가는 말 中

이 책은 성균관 대학교의 각 분야 전문가 4명의 교수 즉,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희옥, 경제학과 교수 김영한, 화학공학부/반도체융합공학과/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권석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차태서 이렇게 4명이 모여 대담한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대담이다 보니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대화체로 쓰여 있어서 마치 영상을 글자로 읽는듯 편하게 읽힌다. (조금만 상상력을 가미하여 4명에게 캐릭터와 목소리를 부여한다면 책을 읽는 어느 순간부터는 글자가 말로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ㅎㅎㅎ)

4개의 챕터는 그 장의 중심 화두라고 할 수 있다. 1.미국,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가는가 / 2.미중 경쟁,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3. 한국, 생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 4.길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남기 라는 큰주제들은 모두 시대가 던지고 대중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 4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며 답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 동참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를 갸웃하게도 되고 어느 순간 깨우쳐지게도 되면서 조금은 희망을 찾게 되기도 한다. 지금 한국에게 가장 큰 고민은 트럼프 2기 정부라 할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미국의 상황부터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초래한 소득 격차 같은 부작용, 그로 인해 노동 계급의 어떤 분노가 폭발한 것이 포퓰리즘 부상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 이것이 경제적 관점에 따른 설명이고요, 문화적 관점에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유색 인종들의 이민이 늘었고 북미 지역, 또 서유럽에서는 소위 '다수-소수'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원래 다수였던 인종이 소수화되는 것, (...) 그에 대한 문화적인 불안, 인종적인 불안 같은 것을 백인들이 느끼고, 일종의 반격현상이 발생합니다. (...) 정치의 영역으로 폭발한 것이 미국에서는 '트럼프 현상'이고, 현재 MAGA의 전체적인 배경을 이루게 됩니다. (p. 21, 22)

지금 미국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MAGA 세력이나 그 배경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MAGA가 정말 미국의 슬로건인가? 정말 트럼프의 논리인가? 하면 그게 또 단순하게 그렇다고만은 할수 없다고 한다. 미국이 중국에 날을 세운지 꽤 되었고 그에 따라 '신냉전'이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사용되지만 중국은 현상황을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고도 하고.

지금까지 미중 신냉전, 미중 경쟁을 둘러싼 주된 담론은 보통 미국의 국력을 중국이 언제 따라잡을 것인지, 또는 따라잡지 못하는 것인지 등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객관적 국력 격차에 굉장히 주목해 이루어져 왔죠. 그래서 미중 사이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비교하고, 만약 둘 사이의 격차가 사라지게 된다면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등 미중 관계를 '투키디데스 함정'개념으로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국내 상황, 특히 트럼프 등장 이후 약 10년간의 상황을 봤을 때 오히려 투키디데스 함정보다는 '킨들버거 함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p. 35)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의 성장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두 국가 간 경쟁을 촉발했다고 평가함으로써 신흥 강대국의 부상이 기존 패권국의 불안을 자극하면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진다는 것이고, 킨들버거 함정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의 지위를 얻게 된 미국이 보호 무역을 고수하며 패권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 대공황이라는 세계적 혼란이 지속되었고 이것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고 미국의 경제학자 킨들버거가 분석한 것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이 책에서 한 대담자는 이 킨들버거 함정을 현상황에 빗대며 '탈단극'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미국의 국력이 약해지거나 중국의 국력이 강해져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오히려 미국이란 나라의 '주관적 의지'가 빠르게 쇠퇴하며 생기는 문제가 더 클수도 있겠다(p. 36) 라면서.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영국도 그랬고 그 이전 패권국도 그랬고 (패권)하강기에는 점차 약탈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거든요. 지금 미국도 점점 더 단기적 국익에 집중하고 동맹국들로부터 조금씩, 어떻게 보면 '조공'내지 '보호세'를 뜯어내려고 하는데, 이게 사실 과거 패권국에서도 어느 정도 보였던 모습이라는 겁니다. 즉 트럼프가 그렇게 특이한 사례는 아니라는 거죠. (p. 50)

읽다보면 미국의 상황은 당연하게도 단순하지가 않다.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들의 선택이 이해가 안됐었지만 트럼프가 그렇게 특이한 사례가 아닌 것을 보면 가능했음직한 선택이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 관련 지표들이 보이는 부정적인 흐름은 오로지 트럼프 자신이 만들어 낸 거거든요. (p. 53)'라는게 문제다.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협박으로 동맹국에 소위 '삥 뜯기' 전략을 취했을 때 가장 많은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트럼프 스스로 알고 있 (p. 55)' 다는게 문제다. 이러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오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딱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저런 질문에 대해 답을 정리하는 건 이 책에 대한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호기심이 생긴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200여 페이지의 짧지만 굵은 내용들이 호로록 읽히면서도 묵직한 혜안을 밝혀줄 것이다.


세상을 어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느냐, 또 누가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p.205) '좋은 세상'은 계획만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상상과 꿈으로부터 나오죠. 이 꿈이 바로 문제 제기의 영역입니다. (p. 206)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세상이 망해 가고 있다 라는 말 한번쯤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정치의 ㅈ만 나와도 설레설레 고갯짓을 하게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좀더 살 만하게 만드는 것 또한 정치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정치의 어둠 속에서 벗어나면서 경제의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는 이때에 우리가 해야할 일중 하나는 질문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질문이 제대로 된 답을 찾게 한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두 강대국의 관계에 대해 그 사이의 한국에 대해 질문을 가져보고 책속의 대담자가 되어 함께 이야기 나누듯 이 책을 읽어보자. 어쩌면 책 내용의 이해를 넘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라는 식의 큰 꿈은 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질문하는 정도의 꿈은 지금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더구나 그 질문이 세상을 좀더 살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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