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귀신요괴전>은 청나라 때 기인 원매가 괴기담을 모아엮은 <자불어(子不語)>를 2021년에 글항아리에서 출간한 책이다. 공부하다보면 많이 언급되는 책인데, 모든 이야기가 완역 실려 있어서 기쁘다.
작가 원매는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 친척이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중국 각지를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 당시 관방의 저보나 공문에서 봤던 이야기, 다른 저자의 책이나 문헌 자료에서 취한 이야기 등등 572편의 이야기를 모아 1794년 출간했다. 건륭 몇 년 강희 몇 년 순치 연간,,,,, 등등, 소재를 들은 시점이나 이야기 속 사건이 발생한 시간을 밝혀주고 있어 유용하다. 사건 제보한 사람과의 인터뷰나 자신의 논평을 덧붙이는 점 구성 역시 그렇다. 특히 이 책의 410쪽에 ‘진나라의 모인 (秦毛人)’이야기를 쓴 방식. 모인은 4세기 중엽에 동진의 간보가 기록한 <수신기(搜神記)>에도 예렌(野人), 또는 모인(毛人)으로 등장한 바 있다. 온 몸에 털이 난 이들은 진시황의 가혹한 지배를 피해 산속으로 도망가서 세상과 교류를 끊고 살다보니 원시상태로 돌아가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금이 여전히 진나라 시대이고 불사약을 먹은 진시황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외부인을 만나면 고대 중국어로 묻는다. “진시황은 살아 있나? 만리장성은 아직도 쌓고 있나?”라고. 이들은 손뼉을 치며 ‘만리장성을 쌓으라’는 노동요를 부르거나 진시황이라고 외치면 도망간다고 한다. 이 기본적인 모인설화가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특히 ‘나와 친분이 깊은 친구 장어(張敔)가 일찍이 그곳에서 관리로 지냈는데, 이 방법을 써서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라고 서술한 점이 흥미롭다. 진짜 모인을 목격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는 말 아닌가.
위와같은 즐거운 괴력난신 이야기 소개뿐만 아니라 저자의 비판적 시각이 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권 18 <내 피를 돌려 다오>편은 인혈만두가 페병에 좋다는 미신을 비판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루쉰에게 영감 주어 그의 단편 <약>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또 저자는 전족과 과거제도 폐단을 폭로하기도 한다.
‘자불어(子不語)’라는 원제목은 ‘공자께서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 괴력난신 좋아! <산해경>,<수신기>, <요재지이> 같은 책들 좋아! 강시, 모인, 토지신, 성황신, 뇌공, 관제 신앙 등등 민중신앙이나 민간풍습, 이야기의 역사 배경 관련하여 흥미롭게 사용할 소재가 많아 이 책 좋아! 두껍지만 재미있어서 책장이 후루룩 넘어간다. 행복한 독서였다. 두고두고 이 책을 펼쳐볼 것 같다.
그런데, 요새 중국 쪽으로 찾는 자료가 있어서 검색해보면 거의 글항아리에서 이미 낸 경우가 많네? 잠깐 출판사 쪽을 향해 배꼽 인사드린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