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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상상
  • 별 박물관
  • 푸른동시 동인
  • 7,650원 (10%420)
  • 2011-01-25
  • : 34

살아온 만큼 지혜가 생긴다면 나이가 들어도 덜 억울하겠죠.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속은 점점 좁아지고, 세상일은 자꾸 비꼬아지게 되고, 꼴보기 싫은 사람들만 한 둘 늘어나고... 삶이 팍팍하다고 여겨질 때 마음을 푸는 방법은 참 많아요. 어떤 사람은 술로 풀고, 또 다른 사람은 수다를 떨죠. 맛있는 걸 찾는 사람도 있고, 그냥 혼자서 한탄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동시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동시를 읽다보면 그나마 픽 웃으면서 세상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화낼 일도 줄어들고, 아주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도 있죠. 별 거 아닌 일로 웃을 수도 있고요,

 

<별박물관>은 ' 푸른동시' 동인들의 작품을 수록해 놓은 동시집입니다. 편안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와요. 옆집과의 갈등, 나 혼자만의 고민들, 집에 있는 사소한 물건에 대한 추억,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슬며시 웃게 해주는 글도 있고요. 찡해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동시도 있습니다. 평소에 매일 겪으면서도 모르고 살았던 일들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볼 수도 있고요. 주변 사람들을 새롭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글도 있어요. 늘 보고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풋풋한 마음도 새로 생기고요.

 



작가 나이를 보니 1940년대 생부터 1970년대 생까지 다양하던데, 동시는 하나같이 맑고 고와요.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보드랍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이 넘칩니다. 어떤 동시는  살아온 연륜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동동 거리면서 화내고, 급하게 몰아치며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충고를 던져주는 듯한 글을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됩니다. 무심코 넘긴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해서 깔깔 웃게 해준 동시도 기억나네요.

 

우리 아빠 콧구멍에

거미가 살아요

 

가끔 다리 몇 개씩 콧구멍 밖으로

삐죽삐죽 내밀어요

 

아빠는

거미는 내쫓을 생각은 전혀 않고

하하하하 웃으시며

자꾸만 콧구멍 속으로

디밀어 넣어 줘요

 

우리 아빠 콧구멍에

다리 까만 거미

몇 마리나 살까요?

 

-『아빠 코털』 중에서 -

 

 

아랫집 할머니의 슝 뚫린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도 긴 여운을 남겨주네요. 층간소음 문제를 이렇게 귀엽게 묘사하면서 해결하다니, 한 수 배우고 싶어지네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식구들을 표현한 동시도 재미있었어요. 저희 집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살짝 찔렸고요. 별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산골 할아버지 댁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양말 빨랫감을 하나 더 늘렸다고 팔짱 끼고 당당해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움찔 했어요. 아이를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되겠어요.

 

짧고 간단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세상 전부가 들어 있어요. 내 이야기, 이웃들의 이야기.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화도 덜 내고, 짜증도 덜 부리게 되겠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조금만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많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집니다. 따뜻한 그림과 푸근한 이야기 덕분에 한번 더 웃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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