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완서 작가님의 세계에 처음 눈뜨게 된 책은 바로 오래전 읽은 <호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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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며 고향을 떠올리는
작가님의 마음이 글 곳곳에 담겨 있어,
<호미>를 읽는 내내 나 역시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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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2008~2009년쯤 읽었으니,
정말 오랜만에 다시 펼쳐 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몇 년 전 사두었던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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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박완서 저/ 열림원
에세이 / p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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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 나날이 부드러워지는 공기와 흙의 감촉을 즐기며
마당을 어슬렁거리노라면
땅속에서 아직 움트기 전의 식물들이
부산하게 웅성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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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맨땅을 가만두지 못하고
꼭 뭐든지 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맨땅도 기온만 적당해지고 나면
한시도 맨땅으로 있으려 들지 않는다.
예서제서 푸르름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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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에 젖은 풋풋한 풀과 흙 냄새를 맡으려
흙을 주무르고 있으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평화를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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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땅을 예찬하는 문장들 사이사이,
작가님 특유의 유머가 불쑥 등장할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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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내가 심거나 씨 뿌리는 것한테만
생명력을 주는 게 아니다.
바람에 날아온 온갖 잡풀의 씨앗,
제가 품고 있던 미세한 실뿌리까지도 살려내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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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내 땅은 잡것들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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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운 한여름,
봄 새벽의 공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글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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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엔 아파트 텃밭의 흙들을 주무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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