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살랑살랑넘기기
별의 문
헤스티아  2025/12/16 18:48
  • 별의 문
  • 잉빌 H. 리스회이
  • 15,300원 (10%850)
  • 2025-11-27
  • : 1,500

굉장히 얇은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불러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열 살 소녀 로냐를 떠올리면, 

책을 덮은 지금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읽는 동안 자꾸 눈가가 빨개지고 코끝이 시큰거렸다

크게 울게 만드는 장면이 있어서라기보다,

로냐가 너무 조용히, 너무 씩씩하게 하루를 버텨내고 있어서.







별의 문

잉빌 H. 리스회이 / 다산스토리




학교 수위 아저씨와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나눠 먹는 로냐.

로냐의 도시락은 다람쥐에게 나눠주고,

로냐는 수위 아저씨의 도시락을 얻어 먹는다.



“삶의 순환은 자연의 섭리야.

그러니 네가 다람쥐에게 음식을 주고

나는 너에게 음식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란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결핍 속에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동정하지 않고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봐 주는 어른들.





로냐의 아버지는 좀처럼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럼에도 로냐는 거리에서 ‘직원 모집’ 전단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번엔 크리스마스 트리 판매원 모집이었다.



언젠가 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이 소원인 로냐.

아버지가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집에도 반짝이는 불빛을 켤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가 마음속에서 조심스럽게 싹튼다.



며칠은 정말 완벽했다.

하지만 토요일, ‘프렌드’ 직원 소냐가 집을 방문한 이후

아버지는 다시 실직자가 되고,

로냐와 언니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직접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러나 저러나 삶은 계속 되기 마련이지.”


이 문장이 이상하게 잔인하게 느껴졌다.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위로이면서 동시에 형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완전히 절망으로 기울지 않는 이유는,

로냐 곁에 좋은 어른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위 아저씨, 토미, 아론센 씨처럼

조용히 손을 내밀 줄 아는 어른들.



기적은 번쩍이는 형태로 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의 기적은 아주 소소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단다.

막다른 상황에 부딪혀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기적은 바로 그때 일어나지.”


이번 크리스마스에

로냐와 멜리사는 트리에 불을 밝힐 수 있을까.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닌 것은 항상 모든 걸 파괴한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 멍청한 희망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 문장을 읽고 오래 멈춰 있었다.

희망이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더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마음.

로냐의 마음이기도,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이기도 해서.



『별의 문』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차갑지만 따뜻하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세상 어딘가에 로냐 같은 아이가

조금은 덜 외롭기를 바라게 되는 이야기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