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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_05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김기태
  • 15,120원 (10%840)
  • 2024-05-15
  • : 51,831


세상의 모든 바다 - 3/5

롤링 선더 러브 - 4/5

전조등 - 5/5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5/5

보편 교양 - 4/5

로나, 우리의 별 - 3/5

태엽은 12와 1/2바퀴 - 2/5

무겁고 높은 - 2/5

팍스 아토미카 - 0/5


9편의 단편 모음집

개인적으론 마지막 편인 "팍스 아토미카"를 제외하고 모두 재밌게 읽었다.

"롤링 선더 러브"는 정말 재밌게 읽었고

"전조등"은 그저 그렇게 읽다가 중반이 넘어가면서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은 전개가 되서 재밌었다. 남자 주인공이 귀여웠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다른 인생의 사람들을

깊이 있게 묘사 함으로써 리얼함을 구축하고 그것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 인상적이었다.

"보편 교양"은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처음 봤었는데,

이런 서술 방식을 한국 소설에 처음 봤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나 역시 어떤 일을 계획할 때 "보편 교양"에 등장하는 곽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동질감이 꽤 컸다.


"세상의 모든 바다"와 "로나, 우리의 별"은 주제가 많이 겹치는 느낌이었다.

"태엽은 12와 1/2바퀴"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무겁고 높은"은 그저 그랬다.

마지막 편인 "팍스 아토미카"는 읽으면서 내가 정신병에 걸릴 것 같은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솔직히 이 마지막 편 때문에 이 작가에게 걸었던 기대감이 사라졌다.

내가 어떻게 될 까봐 극도로 불안했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 누구한테 싸다구를 정신 없이 맞는 것처럼 멍~한 느낌이 들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팍스 아토미카"와 다른 편이 크로스 오버되는 것 같았다.

"롤링 선더 러브"에 등장하는 호랑이 인형과 "세상의 모든 바다"에 등장하는 주인공.

혹시 내가 놓친 게 더 있을까? 싶었지만,

다시는 읽고 싶지 않기에 깔끔하게 관뒀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본문 중


마을버스도 올라오지 않는 가파른 억던. 민트색이라기보다는 치약색 페인트가 칠해진

낡은 빌라. 4층까지 계단을 오르다 보면 복도에서는 낯선 향신료 냄새가 났고 가끔 반

쯤 열려 있는 문 안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드는 더운 나라의 언어가 들렸다. 교

회 스티커 자국이 남아 있는 철문을 열면 두 사람의 집이었다. 방 하나는 진주가, 다른

하나는 니콜라이가 쓰기로 했다. 방과 방 사이 거실은 무척 좁아서 사실상 반은 주방이

고 반은 현관이었다. 텔레비전과 소파를 둘 순 없었지만 그 공용 공간은 두 사람에게

유용했다. 방문 바깥이 아주 바깥은 아니라는 것이 기뻤다.



정전을 계기로 앞집 부부와 배드민턴을 쳤다. 부부가 대접한 더운 나라의 음식이 입에

맞진 않았지만 접시를 비웠고, 그 집 꼬마가 리코더 연주를 뽐냈을 때 박수를 쳤다. 집

에 돌아와 '우리 오늘 이웃이랑 친한 사이 해버림'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

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

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

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 작가의 작품이 인상 깊은 것은 엄청나게 디테일한 묘사로 리얼함을 쌓아 올려서

몰입도를 최고로 고조시킨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전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영상으로 봤다면 이 정도의 감동은 없었을 것 같다.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 쓸 데 없는 메세지 전달이나 

어거지 해피 엔딩이 아닌 것도 마음에 드는 점.

다큐멘터리 같은 드라이한 서술 방식에 깨알 같은 디테일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나는 중고 구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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