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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_05
  • 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 가와바타 야스나리
  • 11,700원 (10%650)
  • 2010-12-20
  • : 1,902


좀처럼 보기 드문 컨셉의 소설.


소설과 작가는 완전히 독립된 존재일 수 없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서

이 소설이 단순 컨셉이 아닌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의 내면이 철저하게

투영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나올 이야기 이지만 특히 "이즈의 무희"는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기까지 함.



정신적으로 불구인 사람이 특정 대상을 집요하고 변태적으로

쫓는 시선을 치밀하게 서술한 책.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을 구입하기 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했으나

- 지금에 와선 찾는 사람이 없는 건지...이렇다 할 감상평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읽어 본 내용에 따르면 '미의식'이라든지 '서정적'이라든지 하는 말이

자주 언급되길래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다.


첫 번째 작품인 "이즈의 무희"(1926)부터 슬슬 이상함이 느껴지는데...

주인공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이 첫 눈에 반한 유랑단의 무희를 쫒아서

일행이 된 후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

풋풋하다면 풋풋하다고 할 수 있긴 한데...


두 번째 "천 마리의 학"(1952)

가와바타의 내면 세계가 본격적으로 투영된 느낌.

당연하게도 "이즈의 무희"와 이 작품에는 26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정신적 불구의 주인공이 자신의 결핍증을 치료할 뻔 하지만

결국 그 결핍증이 더 심해지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열린 결말.


세 번째 "호수"(1954)

이건 장르가 거의 호러가 아닐까 싶은데...

한 마디로 스토커 이야기.

자신이 스토커 짓을 왜 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용.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픽션인데.. 소설인데.. 영환데.. 만화니까

너무 쓸 데 없이 진지해지지 말라고.


내용을 전부 허구로 치부하고 단 한 점도 마음에 담지 않을 거라면

컨텐츠를 왜 즐기는가?

소설을 왜 읽으며, 영화를 왜 보고, 만화를 왜 보는가?

컨텐츠를 즐기는 가장 근원적인 동기는 쾌락이지만

그 쾌락을 얻고자 하는 부분은 각자가 다를 것이다.

누구는 비현실적인 부분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서

자신만의 쾌락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을 결코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다.

지금 읽기에는 소설이 너무 오래되었고 상당히 매니아적인 취향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보면 '서정적'이니

'일본의 전통미'라는 말을 자주 하던데

내가 읽어본 느낌으론 이 악물고 소설 속 변태적인 부분을 감추려고 하는 느낌이다.


26년 또는 52년, 54년 소설을 두고 요즘 세태를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결국 읽는 '나'라는 사람이 2025년에 있으니 아무리 납득하려고 해도

끝내 안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책 자체에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책의 주석이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책의 뒤편에 따로 모아 놓은 것도 상당히 불편했던 점.


* 패사적인 : 패관(稗官)이 소설처럼 꾸며 쓴 역사 이야기인 패사(稗史)에 나오는.

* 리큐 : 센노(센) 리큐(千利休, 1522~1591). 일본의 다조(茶祖). 센노(센) 소탄의 조부.


위 주석이 이해가 되는가?

난 독서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저 주석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번역투도 그렇고 주석도 그렇고

개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오래된 느낌이 강했다.




밑에는 이 책을 번역한 신인섭 교수의 해설을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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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그리는 자연이 '일본'의 서정성을 듬뿍 담고 있기는 하다.

등장인물의 심리와 자연이 심미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특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자연은 차가운 에로티시즘이 비추는 인간 내면의 고독감, 단절감의

비애를 흡수하는 자연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사회적으로

단절된 고독한 인간 군상의 내면 심리를 치밀하게 파고든다.

사회적인 관계성이 도려내진 고독한 인간 군상들은 성적인 모티프나 자연의 서정성을 통해

그 주체할 수 없는 고독감을 투사하는 것이다. 자연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상실감으로 채색되는 자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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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이 책을 가장 중립적으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렇게 강조될 만큼 서정성을 듬뿍 담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내용에서 풍경, 등장인물들의 외모, 공간의 묘사 등이 차지하는 분량 보다

주인공의 이상성욕적인 내면 서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생애>

1899 출생

1901 폐결핵으로 부친 사망

1902 폐결핵으로 모친 사망

1906 조모 사망. 초등학교 입학

1909 누나 요시코 사망.

1914 조부의 사망으로 고아가 됨. 외숙부 집에 기거.

1917 3월 이바라기 중학교 졸업. 도쿄 상경 후 9월에 제일고등학교 입학.

1918 이즈를 여행하다가 순회 악극단의 일행과 길동무가 됨.

      이때의 체험이 이즈의 무희의 소재가 됨.

1920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영문학과에 입학

1922 국문학과로 전과하여 1924년 졸업.

* 1921년 즈음, 카페에서 여급으로 일하던 16살 소녀 이토 하쓰요와 결혼 약속을 하였으나,

돌연 이토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파혼하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잠적하면서

그의 첫사랑은 실연으로 끝나게 된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토는 자신을 맡아 기

르던 절의 주지에게 강간을 당했고 그 충격으로 파혼을 선언한 것이었다.

 이토 하쓰요는 "이즈의 무희" 등을 비롯해 가와바타 작품 속 여성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

쳤던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1926 "이즈의 무희" 발표. 부인 히데코와 결혼 생활 시작.

1927 여아 사산.

1945 패전과 함께 출판사 가마쿠라 문고 설립.

1968 노벨문학상 수상.

1971 미시마 유키오 장례위원장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제자 미시마 유키오 1970년 자살)

1972 자택에서 가스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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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집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이즈의 무희", "천 마리 학"과

더불어 후기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방향을 암시하는 "호수"를 싣고 있다.

초기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이즈의 무희"는 청년의 성장을 담은 청춘 소설로 단순화하여

읽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일본적 서정성으로 포장된 인간 내면의 고독감과, 차별

구조에 대한 소설의 논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나'라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와, 사회로부

터 천하게 취급당하는 유랑 가무단 무희와의 일 대 일 설정 자체가 이미 다양한 의미와 이

미지를 지니기 때문이다.


 패전 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천 마리 학"은 다도, 기모노 등 일본 문화의 키워드 같은

것들이 전경에 배치되어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읽어 내는 데에 치중하기 쉬운 작품

이다. 다실이라는 공간성, 과거 시간이 현재에 범람하는 구성은 시공을 초월한 미의식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손색이 없다. 간결한 심리 묘사가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일본 문학의 시간 의식, 전통의 몽환적 수용이 독자들의 심미적 성향 속에서 재구성될 것이

다.


 한편 무의식에서 출발한 몽환적 삶을 방사형의 기억 조각들로 조합하는 "호수"는 가와바

타 야스나리 문학 속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여백과 플롯 장치로 마치 독자의 지적

능력을 시험하는 듯한 텍스트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독서의 쾌락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다.

신인섭 (건국대 일어교육과 교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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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고자 하는 다른 이를 위해 각 작품의 해설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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