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창고_05
  •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 15,300원 (10%850)
  • 2017-09-15
  • : 7,284



만약 당신이 가마쿠라 여행을 가고자 마음 먹는다면

또는 이 책을 읽고 가마쿠라를 가고자 마음 먹었다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책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말 할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소설로 생각되지 않는다.




선대에게 대필가로서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나'(주인공)의 이야기.

여러 사정을 대신 전해주는 대필가로서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묘사되는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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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과자 선물을 들고 간다고 치자. 그럴 때

대부분은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가게의 과자를 들고 가지? 개중에는 과자 만들기가 특

기여서 직접 만든 것을 들고 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게에서 산 과

자에는 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냐?"


선대가 물었지만, 나는 묵묵히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제과점에서 열심히 골라 산 과자에도 마음은 담

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

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 네가 하는 말

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좁아져. 옛날부터 떡은 떡집에서, 라고 하지

않니. 편지를 대필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대필업을 계속해나간다, 단지 그것

뿐이야."

P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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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대필업에 대한 선대의 생각.




다음은 책 속에서 대필업에 대한 묘사.

대필 신청자의 아내가 바람이 나서 이혼하게 되었는데

이 사실을 결혼을 축복해준 지인들이게 알리고 싶다는 의뢰.

하지만 아내를 절대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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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컴퓨터에 편지를 써서 내용을 음미했다. 간단한 편지는 바로 종이에 써서 임장감이

나게 하지만, 이런 편지는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선대도 컴퓨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원고지에 밑글을 썼다. 중요한 것은 부부를 따스하게 지켜봐주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이해시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부부로서 해로하지 못한 데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것. 그렇지만 앞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갈 두 사람의 인생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솔직하

게 상대에게 전하는 것.

 동시에 편지 내용뿐만 아니라 편지지나 봉투, 필기도구도 꼼꼼히 따지고 싶었다. 개인에

게 보내는 보통 편지라면 두루마리 종이에 붓으로 세로 쓰기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

만 이번에는 결혼식 안내와 마찬가지로 백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일제히 보낸다. 붓으로 써

서 복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복사한 편지를 보내는 것도 받는 쪽의 기분을 생각하면 성

의가 없고 실례일 것 같다.

~~~~~~~~~~~~~~중략~~~~~~~~~~~~~~

 갈등 끝에 이번에는 손글씨가 아니라 활자로 쓰기로 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두 사람

인 것을 생각하면 그편이 두 사람의 목소리로 성실하게 전해질지 모른다. 부드러운 느낌의

글씨체를 고르면 활자이긴 해도 세심한 마음이 전해질 것이다. 예의를 다하는 분위기이면

서도 내용은 어디까지나 정서적이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쓰고 싶었다.

~~~~~~~~~~~~~~중략~~~~~~~~~~~~~~

 활판 인쇄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인쇄 기술을 이용하여, 활자판이라고 하는 한 개 한 개의

문자를 조합해서 인쇄한다. 지금은 옵셋 인쇄가 주류가 됐지만, 옛날에는 책 같은 것도 모

두 활판 인쇄로 만들었다. 종이 표면에 희미한 문자 요철이 생겨서 수제의 온기를 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결과이다.

 가로쓰기로 할지, 세로쓰기로 할지는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가로쓰

기로 정했다. 세로쓰기로 여는 글, 본문, 닫는 글, 추신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형식적인 편

지가 된다. 그러나 가로쓰기는 어느 정도 생략할 수 있어서 이혼을 알리는 편지의 취지 중

심으로 쓸 수 있다. 옛날과 달리 가로쓰기 편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어졌다.

~~~~~~~~~~~~~~중략~~~~~~~~~~~~~~

 편지가 가로쓰기여서 봉투도 가로로 긴 양각 봉투를 골랐다. 편지지와 마찬가지로 크레인

봉투다. 봉투 내지로는 겨울 밤하늘 같은 짙은 감색의 얇은 종이를 사용해서, 아둠 속에서 

별처럼 희망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자 했다.

~~~~~~~~~~~~~~중략~~~~~~~~~~~~~~

 받는 사람 이름도 가로쓰기여서 붓이 아니라 만년필로 쓰기로 했다. 잉크는 에르방사의

트래디셔널 잉크로 30색이나 되는 색 중에서 그리뉘아즈를 골랐다. 프랑스어로 '재색 구

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험 삼아 코튼 종이에 써보니 잉크색이 너무 연해서 마치 조문

편지 같았다.

잉크색이 진해지도록 밤새 병뚜껑을 열어서 수분을 증발시켰다. 프랑스제 밀폐용기에 제

습제를 넣어두면 더 빨리 증발시킬 수 있다.

 수분이 빠져서 진해진 잉크는 코튼 종이와 궁합이 좋아서, 결과적으로는 품위 있고 청초

하게 마무리됐다. 재색 잉크로 이쪽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절대 

슬픈 색은 아니다. 구름 너머에는 분명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중략~~~~~~~~~~~~~~

P06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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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라서 그런지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묘사가 정확하고 자세해서 모르는 것을 배운다는 심정으로 읽기에는 꽤 좋다.



하지만....



오가와 이토는 "날개가 전해 준 것"이란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 온갖 휘황찬란한 말은 다 써 놔서 사게 된 것이지만....


그 책만으론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서 결국 수많은 오가와 이토의 작품들 중에

나름 고르고 골라서 "초초난난", "츠루카메 조산원", "츠바키 문구점" 세 권을

중고로 사게 되었다.

- 내가 일본 책에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냐!! 라는 생각으로 중고 구입.


이 책을 마지막으로 내가 구입한 세 권을 모두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남길 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오가와 이토의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것이

소설인지 지역 가이드 북(스토리 텔링을 곁들인)인지 헷갈린다는 점이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작품은 남쪽 외딴 섬을 배경으로 한 "츠루카메 조산원"이었다.

외딴 섬이니 당연히 지역 축제나 명소, 음식점에 관한 소개가 없다.

그래서 소설 자체 분량도 적은 것이고 (두께 15mm)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분량이 다른 책에 비해 많았다.


이 책은 "본격 가마쿠라 가이드 북"이다.

가마쿠라 시로부터 뭘 받은 것처럼 책의 맨 뒤에는 손으로 그린

가이드 지도까지 첨부되어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구성을 가진 "초초난난"보다 더 주인공 분량이 적다.

뭔가 나올라 치면 차를 끓이고 뭔가 전개 된다 싶으면 밥을 처먹으러 나가는 주인공을 보고

"초초난난"과는 또 다른 공포를 느꼈었다.


이제 더 이상은 오가와 이토의 작품을 읽는 일은 없을 것. - 단언할 수 있다.


세 권을 읽으면서 오가와 이토에 대해 '대단하다.'라고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철저한 탐방과 취재.

내가 그곳에 직접 간 듯한 생생한 현장감과 풍부한 배경 묘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 그래도 결국 가이드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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