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싶어 중고로 샀다가 너무 좋아서 새 책으로 다시 구입한 책.
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었다. (이젠 아님)
"환상의 빛"이란 영화는 힘든 결심 끝에 가장 마지막에 봤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데뷔작'을 싫어한다.
난 누군가의 데뷔의 순간을 지켜본게 아니라
인기가 높아진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뷔작을 접하곤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은 가장 마지막에 본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
아니...
가장 마지막에 본 것이 다행이었다.
그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받았었다.
원작인 소설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최근 들어 원작 소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알라딘을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고민을 하다 결국 중고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허..참.
영화보다 더 좋다.
영화에 없는 장면(아마 편집되었을 거라 짐작)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편집을 통해 이 이야기의 색깔을 바꾼 것 같았다.
초중반 흐름은 같지만 그 이후 결말까지의 진행에서
영화는 주인공의 비련을 좀 더 진하고 길게 유지하다가 후반에 흐름을 희망으로 이끄는데,
소설은 다른 느낌으로 좀 더 일찍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영화도 소설도 둘 다 추천한다.
마치 다중 우주론처럼 미묘하게 다른 결말을 느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서다.
환상의 빛
밤 벚꽃
박쥐
침대차
책은 위 4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밤 벚꽃"
중년 여성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그녀에게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삶이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중
단 하루의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박쥐"
우연히 지하철에서 마주친 고교 동창에게서
그 시절 함께했던 친구가 5년 전에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 시기의 회상과 지금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내용.
친구와 함께 찾아갔던 낯선 지역에 대한 묘사가
마치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보는 듯 하여 기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어서 참으로 찝찝한 작품
"침대차"
출장 길에 탄 기차 침대칸에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
4편 모두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남은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서술하고 있다.
"환상의 빛"이나 "밤 벚꽃"은 서정적이면서도 차근차근한 진행으로 부드럽게 읽히지만
"박쥐"와 "침대차"는 1인칭 시점으로 인해 생기는 여백 때문에 미스테리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