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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에서 새 그림책 《마로의 비밀 모자》가 출간됐습니다. '도란도란 마음동화' 네번째 작품입니다.
밀짚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와 모자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작은 동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의 계절감이 살아있는 나무의 초록색이 시원해 보이고요. 아이의 꼭 다물고 웃고 있는 입 모양이 비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글_김경옥
어릴 때 방학이면 시골 외갓집에서 자연과 더불어 놀던 추억이 지금껏 글을 쓰는 자양분이 됐어요. 낮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식물과 곤충을 채집하고, 밤이면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날들이 그립답니다. 요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필리핀 여행 중 보았던 안경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안경원숭이는 지구의 모든 영장류 중 제일 연약하고 작대요. 멸종 위기에 처한 영장류가 많다는데, 정말 심각한 일이지요. 마로 같은 미래의 주인공이 사라져 가는 동식물들을 잘 지켜 주기를 바라며 이 이야기를 썼어요.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공양왕의 마지막 동무들》《세 장의 욕망 카드》《가짜 뉴스를 시작하겠습니다》《불량 아빠 만세》《꽃밭 속 괴물》등 수십 권의 개인 창작집이 있습니다.
그림_신진호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신비로운 식물들로 가득한 보홀섬으로 훌쩍 떠나 보고 싶어요. 한 손에는 스케치북을 들고 두 눈 크게 뜨고 안경원숭이들도 찾아보고요. 저는 다양한 책들에 그림을 그려요. 《우리는 벚꽃이야》《여름맛》《다와의 편지》《창덕궁 꾀꼬리》《퓨마의 오랜 밤》《난민 말고 친구》《그냥 베티》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어요.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심플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연재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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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기면 안경원숭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지면이 있어요. 안경원숭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하니 좀더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사진도 찾아봤어요. 작은 몸에 큰 눈, 귀엽기도 하고 겁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 그림책은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군요.
"동식물의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자연의 균형이 깨지면서 전염병이 생기는 등 인간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난대.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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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홀섬의 마호가니 숲, 수많은 여행객들이 안경원숭이를 구경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해요. 기운없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있는 안경원숭이를 만지거나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안경원숭이는 영장류 가운데 가장 작은 동물이라 몸의 크기가 10cm 정도밖에 되지 않고, 반드시 낮잠을 자야 하는 야행성이라고 하는데요. 안경원숭이 눈에는 거대한 생명체로 보일 만한 사람들이 온종일 돌아다니며 손을 대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질까요.
날마다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지쳐가던 안경원숭이 포포와 요다 앞에 커다란 밀짚모자를 쓴 아이가 나타났어요. 안경원숭이가 보기에 마로라는 이 아이는 아무리 봐도 옷차림도 이상하고, 농장 안을 두리번거리는 행동도 수상했지요.
마로는 확실히 다른 아이들과 달랐어요. 예전에 청개구리를 키우면서 자꾸 만지고 귀찮게 해서 죽게 만든 경험이 있었고, 보홀섬으로 오면서 동물백과사전을 읽으며 안경원숭이에 대해 공부도 했기 때문에 안경원숭이들을 함부로 만지거나 괴롭히지 않았거든요.
뿐만 아니라 안경원숭이 친구들에게 아주 놀라운 계획도 늘어놨어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안경원숭이 친구들도 마음이 움직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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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의 계획에 함께하기 위해 안경원숭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요? 마로와 안경원숭이들의 표정을 보니 꽤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기대가 생겼어요.
마로의 멋진 계획과 커다란 모자에 숨어 있는 비밀을 끝까지 따라가 보세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과 어우러져 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 여름에도 만들어가고 있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분명히 마로처럼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림책을 몇 번 보고나서 관련 기사를 좀더 찾아보니 안경원숭이는 멸종위기종으로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며 보호되고 있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거나, 천적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는 드물지만 성격이 무척 예민해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합니다.
몸집이 작고, 스트레스로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큼 예민한 데다가 야행성인 동물을 관광 코스에 선보이는 것 자체가 심각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경원숭이가 처한 문제 상황을 인식한다고 해도 관광지에서 카메라를 들거나 희귀한 동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싶은 것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이기 때문에 소수의 관리, 보호 인력을 제외한 사람들과는 거리두기를 좀더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라져가는 동물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은 물론 사람과 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 출간 이벤트
《마로의 비밀 모자》를 구매하는 분들께 투명 부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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