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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안개
  • 떴다! 배달룡 선생님
  • 박미경
  • 9,000원 (10%500)
  • 2022-03-11
  • : 1,205
창비에서 초등 1, 2, 3학년을 위한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 61번째 작품 《떴다! 배달룡 선생님》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저학년 부문 대상작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책에서 특별하고 재미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건 분명 새로운 경험이지요. 이 책은 그 새로움이 더 빛났어요. 지금까지 동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참신한 캐릭터인 교장 선생님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햇살 초등학교에서 신나게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햇살 초등학교 교장인 배달룡 선생님이거든요.

배달룡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짱'이 되는 꿈을 키웠는데,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햇살 초등학교의 짱이 된 배달룡 선생님은 첫날부터 딱지 치는 딱! 딱! 소리에 참을 수가 없었어요. 딱지 치는 소리가 너무 신경쓰였거든요. 참다 못한 배달룡 선생님은 결국 딱지 치는 아이를 찾아내 교장실로 불렀어요.

예상과 다르게 배달룡 선생님은 그 아이를 혼내기는커녕 막대 사탕 통을 건네며 반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했어요. 사탕 먹는 동안 딱지는 안 치기로 약속을 받고서요.

다음 날 배달룡 선생님은 사탕 통을 새로 채워서 어제 만났던 1학년 1반 아영이네 교실로 찾아갔어요. 선생님 주머니에는 학교 앞에서 받은 학원 전단지로 납작하게 접은 딱지가 들어있었어요. 더이상 참지 못 하고 딱지 치기를 하러 간 거였어요. 교장 선생님을 이긴 사람에겐 막대 사탕을 주신대요. 정말 남다른 교장 선생님이시죠?

그렇다고 배달룡 선생님이 아이들과 노는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학교 앞 분식집 탁자에 그림을 그린 학생 때문에 가게 사장님 전화를 받고 학부모 대신 달려가는 일도 있고요. 그 와중에 그 학생이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도 발견하고, 분식집 사장님께 떡볶이 비법을 전수하기도 합니다.

친구에게 숙제를 대신 하게 시키는 아이에게 오히려 선생님이 숙제를 해주겠다며 공책을 가로채고, 멀리 전학 가기 싫어서 교장선생님 집에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아이에게도 기발한 제안을 합니다. 눈 오는 날에는 아이들과 눈싸움을 한 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앓아눕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국의 거리 두기가 아니더라도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일이 많지요.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지난해 오랫동안 학기 중에도 화장실 공사를 했어요.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먼지가 나니까 화장실 앞으로 지나다니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어요. 아무래도 공사중에는 먼지도 많고, 위험할 수도 있지, 설명해 줬더니 "엄마, 그게 아니고, 우리가 먼지를 날리니까 지나다니지 말래. 거기가 교장실 앞이거든." 공사중인 화장실 앞 복도를 지나가야 도서관이 있어요. 방과후수업이나 돌봄교실에 가려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도 많다는 게 떠오르며 씁쓸했던 일이 기억났어요.

배달룡 선생님 같은 분이 '짱'이라면 아이들이 교장실에 가고싶어 할 것 같아요. 물론 밖에서도 교장 선생님을 만나는 일을 기대할 듯합니다. 아이들은 새 화장실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 관심어린 눈길 한번에 마음이 말랑말랑 녹아요. 반대로 어른들의 무신경한 말 한마디와 무관심한 태도에 쉽게 상처받기도 하잖아요. 전국의 초등학교에 배달룡 선생님처럼 유쾌하고 긍정적인 짱이 딱 한 분씩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교생활에서도 일상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득해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처음 쓰고 다녔던 겨울이 딸아이 2학년 끝무렵이었는데, 지금 5학년이 됐어요. 학사 일정은 코로나 이전과 같이 정상 수업으로 복귀했지만 마스크는 못 벗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담담하게 우리가 속한 곳에서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러면 마음이 단단해야 해요.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모든 아이들이 공감받고 웃으며 어울리는 즐거움이 있는 일상을 만들어갔으면 해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마음, 작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학교 생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건강하고 신 나게 학교 다니는 아이를 볼 수 있다면 엄마 마음도 날마다 봄날일 것만 같아요. 배달룡 선생님과 포근한 봄빛 가득한 햇살 초등학교로 놀러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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