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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안개
  • 길족 이야기 1
  • 김춘옥
  • 10,800원 (10%600)
  • 2021-09-17
  • : 12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두 권의 판타지 동화를 만났어요. 청어람주니어 신비도서관 시리즈 《길족 이야기》 입니다.


글_김춘옥​

탈것이 많은 요즘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걸어서 길을 만들고 돌보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길들이 자유롭게 뻗어 나가서 세상 모든 곳과 이어지길 바라면서요. 다툼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종종 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길들이 평화롭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 《내일이 흐르는 강》 《가가의 아주 특별한 집》 《작은 나라》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 《우리 신화 이야기》 《야호! 난장판이다》 《울산에 없는 울산바위》 《서천꽃밭 한락궁이》 《꼭두랑 꽃상여랑》 등이 있어요.

그림_김완진​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는 《하우스》 《BIG BAG 섬에 가다》 그린 책으로는 《시간으로 산 책》 《오늘 또 토요일?》 《우리 빌라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슈퍼히어로 우리》 《슈퍼히어로 학교》 《우리 모두 주인공》 《일기 고쳐 주는 아이》 《늙은 아이들》 《소년 김대건》 등이 있어요.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동화이고, 판타지라는 장르문학의 특성상 작품 속 새로운 세상과 등장인물들을 머릿속에 잘 배치해야지 상상력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도입부에 길족과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들어 있어 이야기를 그려보는 길잡이가 되었어요. 또, 차례를 한번 읽어보는 것도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길만족, 길찾족, 그림자족, 발먹, 걸음족, 사냥꾼 등 소개글에서 먼저 살펴보고 독서를 시작했어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길족'에 대한 소개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길족

하늘나라 선녀가 만든 길에서 생겨난 종족. 길을 만들어 사람 사이를 이어 준다. 길만족 부부의 아이는 길만족, 길찾족 부부의 아이는 길찾족이 된다. 길만족과 길찾족의 아이는 열세 살에 주문 시험을 보고 종족이 전해진다.



이야기는 길족이 아닌 인간 세상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여름방학을 맞이한 길새라는 남자아이의 학교 앞에서 말이죠. 새는 늘 일에 매달려 바쁘게 사는 엄마를 생각해서 방학에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어디 가자고 조른 적도 없었어요. 아이들 대분분이 가족 여행을 간다고 호들갑을 떠는 방학식날 풍경에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그래도 그날은 새의 생일이었고, 엄마가 새 운동화를 선물로 사주셔서 기분이 풀렸어요. 저녁에는 엄마와 피자를 먹을 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엄마와 약속한 장소로 가던 길에 새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식물원 입구를 지나 오솔길로 들어섰을 때였다.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 약간 어두운 오솔길에 들어서자마자 새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무언가가 확 덮치면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감쌌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질퍽질퍽한 길이 벌떡 일어나 빨아들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맑디맑은 날에 길이 질퍽할 리 없었다.

본문 15-16쪽


낯선 숲속의 오두막집에서 깨어난 새의 눈에 이십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형의 선한 얼굴이 들어왔어요. 이름이 길포라는데, 새는 형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길포와의 시간도 잠시, 어서 도망쳐야 한다는 형의 말을 듣고, 형이 급히 던져주는 운동화를 신고 새는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앞을 향해 뛰었지요.

"나무들아, 길을 열어! 샤삭 샤사삭!"

"풀뿌리야, 뒤를 막아! 툭툭 투두둑!"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주문같은 말을 외치면서 새는 엄마에게 늘 듣던 옛날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꿈이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길포는 길찾족이자 사냥꾼이었어요. 사냥꾼은 발자국이나 길을 찾아 내어 수집하는 일을 해요. 특별한 발자국과 길을 걷어 내어 견본을 만드는 것도 사냥꾼의 일이었어요.

과거에 길족 족장인 길필도는 군대를 앞세워 길만족을 모조리 잡아갔어요. 그때 길만족이었던 길포의 엄마가 잡혀갔고, 아버지는 그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어느 날 걸음족 마을에서 우연히 본 여자가 길만족의 발자국을 새기며 걷는 걸 알게 된 길포는 여자와 함께 있던 남자아이도 길만족이지 않을까 짐작하고 지켜봤어요. 그 남자아이가 바로 길새였고요.

길포는 여자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걸 알아봤고,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게 될 아이가 길족도 걸음족도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갈까 걱정이 돼서 길족 마을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던 거였어요.

길포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늪길공을 이용해 길새를 길족 마을로 옮길 수 있었어요. 놀라운 건 그 일을 길새의 엄마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길포가 언니의 아들, 조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본 길새의 엄마가 편지를 남겼거든요. 이제 길새는 길족 마을에서 혼자 어디로 가야 할까요?




주위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아이나 어른이나 바지와 셔츠 위에 겉옷을 입는 비슷한 옷차림이었다. 때때로 여자의 경우 바지 대신 치마를 입는 차이뿐이었다. 그런데 신발만은 확연하게 달랐다. 눈에 띄게 개성적이어서 신발만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신발만 도드라지는 옷차림이 새에게는 더없이 이상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본문 49-50쪽


그림에서는 길족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가 한없이 메마르고 피로해 보였어요. 그나마 새는 그곳 한복판에서 길포와 다시 만나 '길만족 주문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길만족은 그들만의 주문으로 나무와 풀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요. 그제서야 새는 평소에 엄마와 하던 말놀이가 사실은 길만족의 주문이었으며 그 주문이 나무와 풀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는 허름한 신발가게에서 혼자 신발을 한번 신어봤을 뿐인데, 다시 길포와 헤어지게 되고 군사들에게 체포되고 말아요.

까마득히 높은 산꼭대기 미로성까지 끌려간 길새는 이제 어떻게 될지 암담했습니다. 이 미로성을 설계한 이가 바로 길족 족장 길필도였어요. 족장은 길만족이 질서와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길을 찾아다닌다는 길만족의 습성이 평화를 깨뜨린다고 믿었어요. 길족 모두의 생명수인 샘물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는 길만족의 능력만큼은 인정했으나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관리하길 바랐어요.


족장은 발자국 농장을 만들어 길만족들을 그곳으로 보냈다. 발자국 농장의 일꾼이 된 길만족들은 농장 전용 족쇄를 차고서 발자국을 만들기 위해 쉴 틈 없이 걸었다. 발먹들은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발자국을 모았다. 발먹들은 길만족과 함께하는 조건으로, 그들이 먹은 발자국을 거의 세금으로 바쳤다. 족장은 이 발자국을 발자국 창고에 꼬박꼬박 모으도록 지시했다. 간혹 병이 들거나 말을 듣지 않는 길만족들은 동굴 마을로 보내서 샘물을 돌보도록 했다. 이런 질서가 있기에 길족 세계는 유지된다고 여겼다.

본문 79쪽




한편, 샘물이 줄어들어 길족 세계의 뿌리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현재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족장 길필도와 족장의 아들이자 부족장인 길모아는 갑자기 나타난 길만족 아이(길새) 때문에 언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 아이가 누구여도 상관하지 말라는 길필도와 달리 길모아는 아무래도 길새가 오래 전 사랑했던 춘춘의 아들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족장이 억압과 통제로 만들어놓은 지금의 길족 마을은 정해진 신분에 따라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이제 길찾족은 매일 다르게, 새로움을 추구하며 노력할 필요도 없었어요.

다만 사냥꾼은 같은 길찾족이어도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늘 무언가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길족 마음의 질서에 위협이 된다면 족장은 사냥꾼들도 잡아 가두고 말겠지요.

새는 이 답답한 길족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어둡고 축축한 동굴 마을에 강제로 들어가게 됐어요. 길포의 끈질긴 추격 끝에 둘은 다시 만나게 되지만 발자국을 먹어치우는 발먹들이 달려드는 동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어요.

낮과 밤이 따로 없는 동굴 마을에서 새는 길샘에 닿게 되고, 그곳에서 샘물을 지키는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과 길만족들을 만나게 됩니다. 새는 길족 세계로 온 이후 처음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보게 되는데요. 이곳의 샘물을 가지고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됩니다.

《길족 이야기 1》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코로나 백신 접종을 했고, 휴식 시간을 가지며 2권까지 이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원래 판타지 동화를 즐겨읽은 적은 없었는데, 어느새 빠져들어서 덮을 수가 없더군요.

세상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재단하여 자로 잰 듯이 통제하는 족장을 보며 흔히 금수저니 흙수저니 계급을 지정하는 세태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달라졌다 해도 개개인의 고유한 성향과 금쪽같은 재능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현실이 오버랩되어 새삼 갑갑하기도 했습니다.


남다른 능력을 발견한 길새가 동굴 밖으로 나갈 수는 있을지, 엄마를 만나게 될지 2권에서 다시 이야기 나눠봅시다. (*)


※ 청어람 주니어 이벤트​

《 길족 이야기》 시리즈를 한 권 이상 구매하시는 분들께 발자국클립 세트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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