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나무와 안개
  • 숲속펜션의 비밀
  • 한영미
  • 9,900원 (10%550)
  • 2020-11-30
  • : 5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어람주니어에서 고학년문고 아홉 번째 책이 나왔어요. 제목은 '숲속펜션의 비밀'입니다.

기와지붕 아래로 제목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 눈에 띄어요. '숲속펜션'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초록 나무로 글자 ㅅ을 표현했네요.

표지를 좀더 살펴보면 보름달이 떠 있고, 탑에 올라가 있는 아이, 삽질하는 할아버지, 항아리로 들어가는 듯한 사람, 화려한 모자와 보석 목걸이, 빨간 구두로 치장한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사람이 보여요. 가운데 이 책의 주인공이자 숲속펜션의 운영자 풀이가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든 글, 그림 작가에 대해 알아볼게요.

 

글_한영미​

경기도 화성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어린 시절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재미있어 동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공부했어요. 지금까지 쓴 책으로 《나뭇잎 성의 성주》 《부메랑》 《부엉이 방구통》 《나는 슈갈이다》 《랩 나와라 뚝딱! 노래 나와라 뚝딱!》 《낙서독립운동》 들과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연작인 《동생을 반품해 드립니다!》와 《친구를 바꿔 드립니다!》가 있으며 청소년 소설 《달콤한 알》이 있어요. 눈높이아동문학대전, MBC창작동화대상,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했어요.

 

그림_나오미양

대학에서 의류직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숲속펜션의 비밀》을 작업하면서 깔깔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나만의 도깨비방망이는 무얼까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개암을 딱! 하고 깨무는 비장의 순간을 노리며 재미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홀려 향수》 《별아와 딸깍 마녀》 《청소녀 백과사전》 《은하철도 999의 기적》 《감정종합선물세트》 《재미재미 풍선껌》 《괴물들의 도서관》 《박물관이 살아 있다》 등이 있어요.

 

 

차례_

뒤쫓는 아이 / 8

이모래 씨의 편지 / 20

숲속펜션에서 방을 빌려 드립니다 / 36

금은봉 님 / 51

박백석 씨 / 67

푸하하하 / 81

초록산 어딘가에 / 96

어른들 / 111

공포체험단 / 126

개암을 딱! /144

 

어떤 책을 처음 볼 때 작가소개, 작가의 말, 차례를 먼저 읽어보는 습관이 있어요. 특히 '작가의 말'에서는 그 책을 쓸 때 가졌던 마음부터 작가가 이 이야기를 지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고요. 다 읽고나서 다시 볼 땐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나 달랐던 점 등을 곱씹어볼 수 있어서 유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책은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를 얻는 옛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숲속펜션의 비밀》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게 되면서 큰 부자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옛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 한참 지나와 시작됩니다. 대대로 도깨비방망이를 물려받은 후손들의 현재 이야기를 궁금해 했다는 출발점이 정말 이야기꾼답지 않나요.

지금 그 도깨비방망이는 풀이라는 아이의 집에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분명히 풀이네 집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풀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깨비방망이를 원래 있었던 산에 갖다 놓겠다며 떠나셨거든요.

 

 

도깨비방망이 덕분에 많은 재산을 누리며 살아왔던 풀이 부모님의 충격이 느껴지십니까. 급기야 풀이 엄마 왕진주 씨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아빠 이지푸 씨도 땀이 송골송골...더이상 태평할 수 없게 되었어요. 부모님의 모습과 대비되는 풀이의 심드렁한 표정 좀 보세요. 풀이 가족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림도 재미있어요.

풀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까지 집을 떠나는 것은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부모님이 집에 없을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만석이가 따라오는 줄도 모르고.

본문 31쪽

 

 

 

왠만한 일에는 크게 놀라거나 흔들리지 않는 대범한 성격으로 보였던 풀이가 속으로는 부모님이 집을 떠날까 봐 걱정했다는 걸 읽으니 마음이 쿵 내려앉았어요. 결국 부모님은 쪽지 한 장만 붙여두고 집을 나갔고요. 아니 산꼭대기 집에서 산길을 헤치며 학교 다니는 아이를 혼자 두고 가긴 어딜 간다는 건지. 보나마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고, 그보다 도깨비방망이도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니 앞뒤 상황이야 보이지 않았겠죠.

언제 철들지 모를 풀이의 부모님은 온집안 물건들을 헤집어 놓고 풀이 방까지 뒤집어 엎어놓으셨군요. 이 정도 상황이면 풀이도 앞뒤 봐줄 것 없이 112를 눌러도 누가 뭐라 안 할 것 같은데, 얘 좀 보세요. 배가 고프다고 밥부터 챙겨 먹습니다. 명이나물과 깻잎으로 만든 장아찌로 밥을 볼록 떠서 한 입씩 먹어요. 장아찌는 완전 밥도둑이라며 배부르게 밥을 먹는 풀이를 보니 방금 전까지 한숨쉬던 것도 잊고 웃음이 났어요.

 

 

 

풀이는 집에 빈방이 많아져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을 계획을 세웁니다. 손님이 오면 외롭지도 않고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숲속펜션을 열기로 하고, 자기 블로그인 '이 푸리한 세상'에 홍보도 합니다. 풀이의 블로그에 직접 글을 보는 것처럼 구성한 페이지가 실감났어요. 종이 위로 공감 누르고, 비밀글로 이용요금을 문의하고 싶게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 집에 처음 찾아온 건 만석이 오빠였어요. 풀이네 도깨비방망이를 호시탐탐 노리며 대대로 섬으로 산으로 이사를 가도 따라오는 '박서방' 집안의 손주입니다. 만석이는 비밀요원이라도 된 듯 풀이네 펜션으로 들어와서 온집안을 뒤지고 다니며 맹활약을 합니다. 도깨비방망이든 보물이든 숨겨둔 걸 찾으려고요. 처음부터 자기네 것인 적이 없었던 물건들인데...너무 뻔뻔하고 집요하지만 똘똘한 풀이 눈에는 다 보이죠. 어차피 이젠 집에 도깨비방망이는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 둡니다.

나중엔 만석이 할아버지 박백석 씨까지 풀이네 펜션으로 와서 땅을 팝니다. 나무와 꽃을 심어 정원도 가꿀 겸 풀이는 허구헌날 땅을 파는 만석이와 할아버지도 내버려둡니다. 두 사람이 한창 땅 파느라 정신이 없을 땐 책에서도 땅 파는 그림이 페이지 하단에 계속 나와요. 파고, 또 파고, 또 파고...만석이는 코찔찔이답게 콧물을 흘리며 땅을 파요.

 

이 땅 파기 난리 전에 펜션을 찾아온 손님이 있어요. 동화작가인 금은봉 님입니다. 대청소가 끝나기 전에 온 손님이라 도깨비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마루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요. 바닥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휙 던지는 풀이의 태연한 모습과 물건더미가 무너질까봐 긴장하고 있는 금은봉 님의 모습이 대비되는 이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저 어수선한 방구석('방구석'만큼 어울리는 표현을 못 찾았어요) 오래된 먼지 냄새와 산속 특유의 눅눅한 공기까지 느껴지지 않나요.

 

 

 

이 페이지는 금은봉 님이 숲속펜션을 예약할 때 풀이와 주고받은 블로그 댓글이예요. 역시 블로그 댓글란과 똑같이 구성되어 있지요? 풀이와 금은봉 님이 어떤 비밀댓글을 주고받으며 펜션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게 되는지 독자들은 다 읽어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금은봉 님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네, 그러세요."

"지금 어른들은 안 계시니? 엄마나 아빠 말이야."

"왜요? 어른이 없어서 싫으세요?"

"설마 이 거대한 저택에서 너희 남매만 사는 건 아니지?"

금은봉 님이 그저 한 번 물어보는 거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

"우리 남매 아니에요. 만석이 오빠는 손님 겸 알바하러 온 거예요."

"그래? 그럼 어른들은 어디 가셨어?"

금은봉 님이 어른을 찾는 듯 집 안을 둘러보았다.

(중략)

"부모님도 안 계신데 네가 펜션을 운영하는 거야?"

풀이는 금은봉 님이 참 끈질기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제가 하는 거죠."

금은봉 님이 '크'하고 헛웃음을 치더니 또 질문했다.

"그런데 집이 왜 이래? 손님을 받을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이건 만석이도 궁금하던 거였다.

"그래서 가격이 싼 거예요."

본문 59-60쪽

 

"그건 그렇다 치고, 저 두 사람이 집 안을 다 쑤셔 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덕분에 집안도 정리되었고, 곧 정원도 제 모습을 찾게 될 거예요."

하긴 박백석 씨가 땅을 파서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땅속으로 묻혔기 때문에 한결 깔끔해지긴 했다. 정원이 온통 뻘건 흙바닥이어서 그렇지, 저렇게 일궈 놓은 땅에 나무를 심으면 잘 자랄 거라는 기대도 들긴 했다.

"그래도 집에 어른도 없는데 저러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선생님은 또 어른 타령을 하시네요. 어른이 없을 땐 어린이가 판단하고 결정해도 되지 않나요?"

"중요한 결정은 어른이 해야지."

"선생님 작품 인터넷으로 찾아봤어요. 동화인데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더군요. 선생님 말씀하시는 걸 보니 딱 답이 나와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사는 이야기, 재미없어요. 이선아 선생님처럼 아이들 이야기를 써 보세요. 아이들이 생각하고 아이들이 고르고 결정하고, 그러는 거요."

"너 진짜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금은봉 님은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지 몸을 휙 돌렸다.

"죄송해요. 선생님이 자꾸 어른, 어른 그러셔서요."

본문 87-89쪽

 

풀이와 금은봉 님이 나누는 대화들은 특히 눈에 잘 들어왔어요. 풀이같은 어린이는 어린 아이여서 못 하는 말이 없으면 안 되는 걸까요? 아이니까 무슨 말이든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아이의 말을 듣기에 장황하다고 막거나 지적했던 일들이 떠올라서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이 대화가 오가는 시점이 만석이와 할아버지가 밥도 거르며 땅을 파고 있을 때였어요. 만석이는 이미 이 집엔 도깨비방망이가 없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말도 못 꺼내게 하시니 마냥 땅을 파요.

만석이는 탑을 해체할 때 돌마다 번호를 써놓는 것이나 도깨비방망이의 행방을 추리하는 걸 보니 굳이 도깨비방망이 덕을 봐서 공부에서 해방되길 바라지 말고 그쪽으로 파고들어 유능한 형사나 프로파일러가 되면 어떨지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도깨비방망이가 있으면 금은보화가 마르지 않게 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감출 수 없다고 해도 자기만의 재능을 도깨비방망이따위가 찾아낼 수 없어요. 스스로 발견해서 키우는 것은 가능하죠. 만석이가 이걸 빨리 알아야 할 텐데.

금은봉 님도 풀이가 하는 말에 얼굴만 빨개질 게 아니라 들은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본다면 아이들이 공감하며 많이 읽게 돼서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탄생될 텐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풀이는 못 하는 말도 없고,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있어도 몰라도 상관없게 잘 살 것 같아서 너무 부럽습니다.

 

 

 

 

한편 풀이의 부모님은 보시다시피 멀리서 저러고 계시다가 풀이가 공포체험단 어린이 손님들까지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숲속펜션이자 집으로 "동굴을 찾아 헤매는 원시인"의 몰골로 돌아옵니다. 진작에 숲속펜션을 떠났다가 넝쿨로 질끈 묶은 긴 머리와 다 찢어진 옷을 휘날리며 금은봉 님도 곧이어 돌아왔습니다. 괴물같은 모습을 하고 돌아온 어른들에게 풀이는 공포체험단을 위한 괴물 역활을 시킵니다. 풀이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군요.

가을이 오자 만석이 할아버지 박백석 씨도 나무를 잔뜩 구해 펜션을 찾아왔어요. 설마 땅을 파서 나무를 심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시는 건가요. 역시 사람은 집 나가서 고생도 해보고 땀 흘리며 일을 해야 하나봅니다. 아니면 어디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도깨비방망이라도 하나씩 구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노트북도 버리려고 했던 금은봉 님이 다시 동화를 쓰기 시작하고, 코찔찔이 만석이의 비염이 말끔히 사라진 것도 도깨비방망이의 힘일까요?

풀이는 누구에게나 가까이에 자기 도깨비방망이가 있는 거라고 말했어요. 못 하는 소리가 없고, 틀린 말은 입에 담지 않는 풀이가 하는 말이니까 믿어보려고 해요.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물려받을 데도 없는 도깨비방망이를 찾는 것보다는 똘똘한 풀이의 말을 한번 들어보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거든요.

 

+

《숲속펜션의 비밀》 굿즈는 미니 사이즈 책표지를 표지로 한 포스트잇입니다. 쓰기 좋은 크기에 모든 페이지에는 도깨비방망이가 그려져 있어요.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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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는 독후활동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읽은 책을 아이들이 스스로 기록하고, 기억에 남기는 적극적인 독후활동을 돕는 좋은 자료이니 꼭 한번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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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을 참고할 자료를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아래 링크는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출간 이벤트 페이지입니다. ^^

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14658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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