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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안개
  • 아빠 바다
  • 조경숙
  • 11,700원 (10%650)
  • 2020-10-15
  • : 33

 

 

 

청어람주니어의 새 그림책 《아빠 바다》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조경숙 작가의 이름이 눈에 익어서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읽었던 《단비야, 조선을 적셔라》를 쓴 작가 분이셨어요. 이번 그림책이 작가의 첫번째 작품이었다고 해요. 첫 작품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느껴지는 각별함이 있는 듯해요.

이수연 그림작가의 그림도 바다의 이미지가 생명력이 넘치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인상깊었어요.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과 소리까지 연상됐답니다.

 

글_조경숙

《아빠 바다》는 저의 첫 작품이에요. 오래전 남해 바닷가에 갔다가 문득 생각했어요. '저렇게 넓고 깊은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 마음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아빠 바다》를 쓰게 되었어요. 그 이후 《만길이의 봄》《나는야, 늙은 5학년》《그림 아이》《비밀 지도》 등유 펴냈어요.

그림_이수연

제 아이들의 이름은 하늘과 바다예요. 푸른 하늘과 바다만큼 많은 사랑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돌아온 후,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 주는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이사 가는 날》《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달에서 아침을》이 있고, 그린 책으로 《우리 동네엔 위험한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파란 눈의 내 동생》《사자와 소년》《소원》 등이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여름 바닷가도 드라이브 스루로 스쳐지나와서 추억이 거의 없는데요. 그래서 이 그림책의 푸른 바닷빛이 더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파도가 잔잔한 바다에 눈이 부시게 햇빛이 반짝입니다. 큰 나무 옆에 서 있는 아이는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앞뒤 면지도 예뻐서 한참 바라봤어요. 민박집 앞마당이나 큰창을 통해 내다보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바닷가 풍경이지요. 저 바다 앞에도 아이가 머물러 있습니다. 앞쪽엔 한낮의 푸른 바다가 밀려들고 있고, 뒷쪽은 해질 무렵의 풍경 같습니다. 아이 혼자 그렇게 오래 바닷가에 나와 있었을까요.

 

 

"동해야! 동해야!"

엄마 목소리에 동해가 일어섰다. 동해 엉덩이의 고운 모래들도 총총 따라 일어섰다.

"여기 있었구나. 어서 가자. 오늘부터 바빠질 거야."

"손님이 오나요?"

"그래. 이제 휴가철이잖니. 한 달 정도 북적거리겠지."

"손님 중에 내 친구도 있을까요?"

"친구? 글쎄...그런데 친구는 왜?"

동해는 팔을 쭉 뻗었다. 동해의 손끝에 소나무 숲이 잡혔다.

"친구가 오면 멋진 곳을 보여 줄 거예요."

 

쏴아아, 바닷소리를 흉내내는 소나무숲과 깊고 푸른 바다가 있는 곳에 '동해'라는 바다 이름을 가진 아이가 살고 있어요. 할머니와 엄마는 여름 한철 민박집을 여는데, 마침 휴가철이 다가왔지요. 동해는 손님으로 올지도 모르는 친구를 기다립니다. 동해의 아빠는 바다에 계셔서 동해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동해의 아빠는 저 바다의 끝까지, 멀리 가셨나 봅니다.

 

 

동해가 펄쩍 뛰었다. 정민이도 뛰었다.

"우리 아빠는!"

"너희 아빠는?"

두 번째 물살이 다가왔다. 더 높았다.

"저 바다 끝에서!"

"저 바다 끝에서?"

세 번째 물살이 또 둘에게 덤볐다. 더 더 높았다.

동해가 힘껏 뛰어올랐다.

동해가 바라는대로 민박집에 또래 친구가 놀러왔어요. 바다가 없는 서울에서 놀러온 정민이에게 멋진 곳을 보여주게 되어 설레는 동해의 마음이 물씬 느껴졌어요. 자연 속에서 금새 친해져서 해맑게 바닷가를 달리는 두 아이의 건강한 발소리와 웃음소리도 상상이 되고요.

저녁이 가까워오자 부모님과 함께 들어가는 정민이와 헤어지며 순간 울컥하는 동해의 마음도 짐작이 갑니다. 열 살 딸아이는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긴 했어도 동해의 아빠가 왜 바다에 있다는 건지, 왜 이 책의 제목이 '아빠 바다'인지 다가오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이번에는 남편에게도 그림책을 한번 건네봤습니다. 아이에게도 아빠가 직접 읽어주기도 했는데요. 남편은 글의 표현에 좀더 집중을 했나봅니다. 초등학생이 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감상평과 함께 의성어, 의태어가 다양하게 쓰여서 아이들과 낱말의 뜻도 짐작해 보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가족 셋이 한 권의 그림책을 보는 시선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바닷물을 힘차게 밀고 당기는 아빠가 계신 넓디넓은 바다 곁에서, 동해의 마음에 아빠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위로가 깃들기를, 노을 지는 저녁의 바닷가를 그리며 바라봅니다.

+

청어람주니어의 새 그림책 《아빠 바다》의 굿즈로 그림 엽서 두 매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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