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주니어 숨 쉬는 역사 12권, 《격쟁을 울려라!-조선을 바꾼 아이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숨 쉬는 역사 시리즈를 설명하는 글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무심코 스치는 돌담에도, 돌담을 휘돌아 가는 바람 속에도 역사는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숨 쉬는 역사>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쉼 쉬고 있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줍니다." (청어람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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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이 시리즈 10권, 《소년 검돌이, 조선을 깨우다》와 11권, 《단비야, 조선을 적셔라》를 읽었어요. 12권, 《격쟁을 울려라!-조선을 바꾼 아이들》에도 조선의 역사를 새로 쓰는 지혜롭고 야무진 아이들이 등장해요. 연이와 홍이 자매, 그들의 친구인 길수, 그리고 도토리나무 숲을 품고 있는 구봉마을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
홍이, 연이, 길수, 구봉마을 아이들은 앞에서 읽었던 책 속의 친구들, 검돌이와 단비처럼 어린 나이에도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겨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전해주었어요. 역병과 굶주림, 부당한 사회제도를 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이제 책을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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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묵구제비 홍이부터 만나볼게요. '묵구제비'는 먹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요. 본문 하단을 보면 어려운 낱말이나 사투리의 뜻을 풀어쓴 부분들이 있어요. 국어사전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독서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새로운 낱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묵구제비'는 밝고 활기차지만 늘 속이 헛헛하니 배가 고픈 연이에게 귀엽게 어울리는 말이예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버지인 최진사가 할아버지의 제사 음식이었던 약과를 연이가 몰래 먹었다고 꾸짖을 때 쓰는 말로 나왔어요.
아버지는 몸이 약한 큰딸 연이에게는 다정했지만 작은딸 홍이는 차갑게 대했어요. 홍이는 자기가 태어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받지 못 한다는 생각에 주눅들고 슬플 때가 많았지요.
새어머니도 연이와 홍이자매에게 쌀쌀맞았어요. 새어머니는 마마라는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에 몸이 약한 연이를 외갓집으로 요양보내기로 합니다. 연이가 걱정된다기보다는 전염병에 걸리면 어린 아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 그 화를 막고 싶어서였죠.
홍이가 언니를 돌보겠다고 하고 자매와 함께 행랑어멈의 아들인 길수까지 길을 떠나게 됩니다. 연이와 홍이, 길수가 도착한 곳은 자매의 외갓집이 있는 구봉마을이었어요.
그곳에는 어머니의 고향집이 있었고, 외삼촌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음씨가 곱고 외숙모는 할아버지의 도토리나무 숲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보여주며 가을이면 '도토리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정겹게 이야기해 줍니다. '도토리 빗소리'가 뭘까요? 도토리가 비처럼 쏟아진다고 상상을 해보니 안 들어봐도 무척 듣기 좋은 소리일 것 같았어요.
숲을 이루도록 수백 그루의 도토리나무를 심은 건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였다고 해요. 아이들의 외갓집과 친할아버지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니 꼭 책에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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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저 그림 속에 모여있는 아이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연이와 홍이가 봄에 구봉마을로 막 들어왔을 때 진달래꽃을 따러 갔던 산등성이에서 만난 친구들이예요. 자매는 진달래꽃을 잔뜩 따서 꽃국수와 꽃전을 만들어 먹으려고 산에 갔다가 춘궁기에 꽃을 따 먹으며 배를 채운다는 마을 아이들을 만났어요.
활달한 성격답게 홍이는 이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꽃국수와 꽃전을 같이 만들어 먹어요. 꽃국수를 만들려고 아침부터 오미자를 물에 담가 우려내는 홍이를 보니 묵구제비인 것만은 아닌 것 같죠?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있는 대로, 없어도 없는대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려서 나눠먹는 홍이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보리밥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빈 비빔밥도 한입 맛보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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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동네 아이들에게 도토리 저장법, 가루 만드는 법, 묵 쑤는 법까지 자세히 배워서 직접 손으로 익혀 보기도 하고요. 구봉마을에서 아이들은 힘을 합쳐 배고픔도 달래고 우정도 키워가며 잘 지냈지만 흉년과 기근의 고통을 피할 수가 없었어요. 백성들의 힘겨운 사정을 감싸주고 싶었던 임금의 마음을 거스르는 탐관오리들은 오히려 백성들을 더 핍박했습니다.
이러한 폐해는 아이들의 눈에도 차별과 불공평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이와 홍이, 길수를 비롯해 아이들은 직접 백성들의 곡식을 독차지하려는 사또를 찾아가게 됩니다. 옥에 갇히기까지 하면서도 욕심 많은 사또의 횡포에 맞서는 아이들의 당찬 행동은 고을 어른들과 젊은 선비들도 움직이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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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줬어요. 차갑고 쌀쌀맞던 자매의 새어머니와 아버지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몇 번의 만남과 사건을 거치며 새어머니가 자매를 걱정하고 다정하게 대하게 된 것도 큰 변화였고, 아버지가 더욱 엄격하고 냉랭해진 것도 또 다른 변화였지요.
아버지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일에 함부로 나서는 게 못마땅했습니다. 딸들이 그렇게 나서는 데는 하인의 신분임에도 글을 읽고, 영민한 길수가 부추기는 탓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버지의 노여움은 끝내 길수와 큰 갈등을 겪는 데까지 가게 됩니다.
아버지는 일단 구봉마을에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아이들의 뜻을 꺾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나라에 재난이 끊이지 않고 역병이 돌면서 병들고 굶주린 유랑민들이 구봉마을에 모여들면서 연이와 홍이 자매는 길수의 만류에도 그들을 돕겠다고 나서게 됩니다. 홍이는 큰솥에 도토리죽을 쒀서 날마다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고, 연이는 의원을 거들며 아픈 사람들은 돌보는 데 힘을 쓰게 됩니다.
구봉마을에서 백성들을 살린다는 소문은 한양에까지 이르러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길수를 문책합니다. 이 과정에서 큰 갈등이 빚어지고, 길수 자신도 모르고 있던 비밀이 밝혀지게 됩니다. 일생이 걸린 일을 마주한 길수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요.
길수의 선택은 조선시대가 아닌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쉽지만은 않은 길입니다. 길수의 선택과 연이, 홍이 자매의 고집스러운 뜻을 지금 우리 시대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과 대비하며 찬찬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 책은 역사 이야기인 동시에 음식 이야기가 큰 틀을 이루고 있습니다. 배고픈 백성들의 고통에 충격을 받은 홍이가 꽹과리를 치며 격쟁(직접 궁궐로 들어가거나 임금이 행차할 때 꽹과리나 북, 징 등을 쳐서 말로 호소하는 제도)을 울리고 옥에 갇히기까지 했지요. 격쟁은 제발 살길을 열어 달라는 백성들의 간절한 외침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배부르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단 하나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었지요.
이름부터 어여쁜 꽃국수, 꽃전, 도토리 이야기를 비롯해 한여름 복달임 삼계탕, 홍이의 헛헛한 속을 채워준 호박죽 이야기도 따뜻해요. 호박과 고구마도 잘 모르던 때의 음식 역사 속으로도 한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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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굿즈(포인트 차감)로 삽화가 정갈하게 담긴 책갈피가 네 장이나 함께 왔어요. 잘쓰고 있답니다. 그리고 청어람주니어의 강점! 독후활동지가 제공되니 블로그(https://m.blog.naver.com/juniorbook/222076299344)에서 다운받아 활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