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수의 논지에 전부 동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하준을 정독했고 다독했던 나로서는
조교수의 주장에는 상당히 미흡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만약 우리나라가 수출을 안하면 어떻게 될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없고 또 달러가 없으면 외국의 물건 및 기술을 사 올 수조차 없다. 부존자원 및 첨단기술이 없는 나라에서 달러가 없으면 경제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조차 마련하기 힘든 현실인 것이다.
그럼 수출안하고 외국물건 수입 안하고 내수시장만 열심히 키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자원이 빈약하고 내수규모가 작아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시장을 자체생산하기에는 규모가 어중간한 나라다. 내수만으로는 경제가 성장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은 어떤 경제학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보라. 폐쇄경제의 말로란 그런 것이다. 물론 북한도 규모가 아주 큰 나라였으면 그렇게까진 안되었겠지만.
그래서 고환율과 저금리정책이 정말로 수출하는 대기업에만 좋은 정책인가?
코스닥 시장을 보면 요새는 중소기업도 세계화 바람을 타고 매출다변화를 통해 해외매출상승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경쟁력있고 잘나가는 중소기업에 한정해서 하는 얘기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면 협력사와의 성과공유제를 통하여 외국으로 매출다변화한 중소기업들이 꽤 많이 보인다.
또한 요새 대기업들은 아예 나라바깥에서 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아닌가? 국내 환율-금리변동과는 완전히 동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이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볼 때, 고환율-저금리정책의 진정한 수혜자는 대한민국 고용의 90%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일지도 모르며, 진짜 문제는 고환율-저금리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대기업의 횡포나 고환율-저금리정책으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내수전문기업 및 농민, 서민의 소득이전문제일 것이다.
더군다나 2011년 5월 21일 토요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신임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은 중소기업을 위해서 고환율-저금리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너나할것 없이 수출의 비중이 큰 나라에서 이같은 정책을 반기지는 못하더라도 적극반대할 정신나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가지게 되는 의문은 조교수가 이 책을 쓰면서 참고하는 데이터들이 과연 어떤 것들인가 하는 것이다.
교수, 특히 경제학 교수들이 탁상공론하듯이 말하는 모습을 많이 봐온 나로서는 이번에도 그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하나, 대기업위주의 수출정책이 우리나라에 결과적으로 해악이라고 해서 그 시도까지 나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웨덴의 예를 봐도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적은 나라에선 대기업 위주의 수출정책이 가장 적합한 경제성장 수단일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많고 지배구조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면 될 일이다. 그래도 박정희 시절부터 우리나라는 스웨덴처럼 중소기업을 죽이지는 않았다. 달러만 벌어들일 수 있다면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무조건 정책적으로 지원해주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스웨덴보다 더 모범적인 면도 있다. 박정희는 대기업의 힘이 세지는 것을 싫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교수가 우리나라의 개발경제의 긍정적인 부분을 좀 옹호했기로서니 장교수가 국가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왜 조교수는 장하준을 앞세워 대기업 위주 수출주도정책을 비판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미루어 짐작컨데
첫째, 장교수의 책을 꼼꼼히 읽어보질 않았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독부터 하길 권한다. 장교수가 국가주의자라면 그건 정말 아니다. 장하준을 자세히 읽은 사람이라면 정말 실소할 일이다. 우리나라 좌파들의 문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잘 읽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눈에 조금이라도 밟히는 내용이 보이면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본다. 기득권적 텃세부리기인가 아니면 예로부터 내려온 무조건적 저항정신의 발로인가? 이제는 우리나라 좌파도 선진화 되어야 한다.
둘째, 장교수를 비판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상대적으로 자신의 글이 돋보이게 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셋째, 첫째와 둘째의 합.
넷째, 장하준이 국가주의자가 아님을 알고도 노이즈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모른척 하기.
개인적으로는 셋째 이유가 가장 타당해 보이지 않을까 하며 넷째 이유로 장하준을 비판하였다면 그건 조교수의 학자적 양심과 직업윤리의 문제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