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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ga7님의 서재
  • 소꿉놀이가 끝나면
  • 황선미
  • 11,700원 (10%650)
  • 2021-07-23
  • : 286

처음에 아이는 자신을 심심하고 가엾은 여섯 살이라고 소개해요. 열두 살 된 언니가 더 이상 함께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죠. 아이의 이름은 연지였는데 어느 날 무지개를 만나려고 마을을 벗어나게 돼요.

그러다 무지개를 놓치게 되고 한 아이를 만나요. 그 아이는 여섯 살이고 지오라고 했어요. 지오는 연지를 냇가로 데려가서 식물 이름을 가르쳐 줬어요. 자주 달개비, 개여뀌, 물봉선, 마름, 까치수염, 원추리, 달맞이꽃을 말이죠. 저도 잘 모르는 식물이 몇 개 있어서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름처럼 예쁜 모습일 것 같아요.
식물 이름도 참 예쁘지만 두 아이의 모습이 마치 소나기의 한 장면처럼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둘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이 장면을 보면서 저도 동생과 함께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봤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대신 동생들 데리고 산딸기 따러 다녔던 기억이 났어요. 산딸기를 따러 가는 길은 산길이라서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거친 풀에 팔과 다리를 긁혀도 몰랐어요. 그저 산딸기 딸 생각에 신이 났던 거지요. 산딸기를 잔뜩 따와서 물로 한 번 헹궈준 다음에 설탕을 솔솔 뿌려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그 어떤 과자보다도 달콤했던 산딸기였지요. 산딸기를 먹는 것도 좋았지만 아마도 동생들과 따러 가는 과정이 마치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아요. 산에서 무엇을 만날지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던 거죠.


소꿉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지오 표정이 좀 밝지 않아서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요리사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 그 표정마저도 귀엽고 뭔가 더 실제상황 같아서 좋았어요. 소꿉놀이할 때면 서로 엄마하려고 다투기도 하잖아요. 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뾰루퉁해지는 건 당연하고요.그런 모습이 느껴지는 장면이라 더 기억에 남았지요.
(전 쥐가 세상에서 무섭고 징그러운데 털도 안 난 새끼쥐가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ㅠㅠ)

 



 


지오가 어느 날 살아있는 물고기를 고래라면서 잡아왔을 때 연지는 물고기를 만져봐요. 손바닥을 간질이는 느낌이 좋았던 연지는 지오가 진짜 물고기를 잡아 왔으니까 자신도 진짜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연지가 장난감이지만 톱날이 있는 칼로 물고기 등에 대고 힘을 주는 장면이 나와요. 물고기가 파르르 떠는 모습에 연지는 울먹이며 뒷걸음질 쳤고, 지오는 멍하니 서서 연지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저는 이 장면을 보고 나서야 왜 제목이 '소꿉놀이가 끝나면'인지 알 것 같았어요. 이 일을 계기로 연지는 더 이상 소꿉놀이를 할 수 없었겠지요. 소꿉놀이가 끝났다는 건 그만큼 아이가 성장했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연지의 언니가 소꿉놀이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연지와 날마다 날마다 함께 소꿉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지오는 실제 인물이었을까요? 아니면 연지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이었을까요?
연지의 언니는 연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지만 전 믿어볼래요.
무지개가 선명하게 뜨던 날, 토끼풀 꽃을 엮어서 손목에 묶고 원추리 한 송이를 귀에 꽂고서 팔짱을 끼고 결혼 행진곡을 불렀던 연지와 지오의 모습이 제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았기 때문이죠.

 

 

 


이 그림책은 그저 소꿉놀이를 하고 그림만 예쁜 책은 아니에요. 그 안에 더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요.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는 끝이 없으며 그 세계가 끝이 나면, 소꿉놀이가 끝나는 것처럼 아이도 어느새 성장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오늘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소꿉놀이를 하고 싶어지네요. 다시 순수했던 시절로 말이죠.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은 희미하지만 산딸기를 따러 갔던 기억은 선명하니까 다행이에요. 그 기억으로 제 유년시절은 행복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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