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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ga7님의 서재
  • 외톨이 왕
  • 임수현
  • 11,250원 (10%620)
  • 2019-11-14
  • : 639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시집을 처음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바로 기대감이었습니다. 초록빛 세상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빨리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이 책을 쓰신 임수현작가님은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셨대요. 전 아직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아마도 초록빛이 가득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2016년 《창비어린이》 동시 신인문학상을, 2017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시고, 《외톨이왕》으로 제 7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셨답니다.



차례를 보니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 고양이 꼬리를 살살 풀었어

2부 오늘은 잘 수 없어

3부 외톨이야, 하고 부르면

4부 짝짝이 귀 토끼야





1부에서 제일 처음 만난 건 '메아리'라는 시였어요. 작고 귀여운 메아리가 혼자 앉아 놀다가 사람들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빙그레 미소지을 수 있는 예쁜 시였어요.

누구나 알고 있는 메아리지만 이렇게 갈래머리에 땡땡이 반바지를 입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산에서 만난 메아리는 늘 누군가에게 화답하는 존재였기에 외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답니다. 하지만 메아리가 졸래졸래 따라 내려가는 모습 속에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겠다싶어서 다행이다 싶었지요.





2부에서는 '내가 아주 작았을 때' 시를 보면서 아이들을 갖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어요. 그 때의 감격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가만히 안아주고 싶었답니다. 주변에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들려주고 싶은 시였어요. 이 시를 외워서 태교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커다란 개미 발바닥' 시를 읽으면서 처음엔 마음이 아팠어요.



떼로 몰려다니는 개미가

나 빼고 축구하는 애들 같았다



중략





나도 이제 너희랑 한 팀이 되어

빵 부스러기도 같이 이고

축구도 하는 거야



개미와 나는 커다란 발바닥이

새카맣도록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마지막에 함께 운동장을 뛰어다녔다는 부분에서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기에 안심이 됐답니다.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종종 있잖아요. 내가 혼자일 때 내 곁에 한 사람이라도 와준다면, 기꺼이 내 외로움을 나눠가지려 한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눈물이 나게 고마울 것 같아요.





3부에서 '셔틀콕 찾기'는 시를 통해서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셔틀콕을 찾기 위애 갖은 애를 쓰면서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한동안 이 구절은 제 마음에 오래 남아있을 듯합니다. 제게는 짧은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아빠의 머리가 하얗게 되는 시간처럼 서로의 간극이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그래서 마음에서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구절을 내내 마음에 담아서 소중한 걸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4부에서 '동글동글' 시를 보면서 예전에 엄마랑 목욕탕 다녔던 생각에 갑자기 즐거워졌어요. 그 땐 때 미는 게 왜 그리 싫었을까요. 아프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랬죠. 뜨거운 탕 속에서 때를 불리는 것은 더 싫었고요. 하지만 제가 바나나우유 마시는 동안 엄마가 머리를 말려주면 참 좋았죠. 상쾌하고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시원한 기분이었죠.

이렇게 지나고 보니 즐거웠던 기억이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 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이 시집은 다른 시들과 달리 여운이 깊게 남아요.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메아리처럼 울림이 있는 시가 가득해요. 그래서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답니다.



누구에게나 깊은 곳에서 사는 '외톨이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왕은 혼자 있고 싶어하지만 때론 혼자라서 아프죠. 사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그렇다고 절망하며 살기보다는 묵묵히 견디며 이겨내려고 노력하죠.

그러다보면 희망이라는 아이가 찾아와요. 그 희망은 우리를 살게 하고, 우리를 웃게 합니다.



외톨이왕을 만나게 돼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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