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쓴 책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가 전부인 대학 시절에 친구가 선물해 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일종의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일상의 바쁨에 매몰되어 한참을 잊고 있었습니다.

인간다움과 인간에 대한 규정을 매듭짓지 못했는데 얼마 전 아이가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마침 읽고 있던 책이 톨스토이 단편집이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선명도를 높여준 책이 톨스토이 단편집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한 경쟁과 물질적 풍요 속의 현대 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정신적 빈곤과 허기는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백 년 전에도, 깨어있는 지성인으로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다운 본연의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사람이 톨스토이였습니다.
자신의 삶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누구나 쉽게 접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 단편입니다.
평생 더 많은 땅을 가지려다 결국 자신의 무덤 크기만 한 땅만을 얻고 죽은 파홈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끝없는 탐욕을 성찰할 수 있고, 구두수선공 시몬의 집에서 미카엘 천사가 깨달은 세 가지 진리(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결국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사랑'임을 강조합니다. 머리 쓰는 똑똑한 형들 대신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바보 이반을 통해, 비정상적인 꾀가 판치는 사회에서 '정직한 노동'이 가진 진짜 힘을 조명합니다.
바보 이반은 오래 전에도 읽었는데 그 때 읽은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바보'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타인을 계산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땀의 가치를 믿는 '순수함'을 칭합니다.
그날 밤 나는 한 가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죄는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학대는 적어도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짓이지만, 무시는 그 존재 자체를 없는 것으로 지워버린다. 그것이 비교할 수 없이 더 잔인하다.
톨스토이 단편집 106
이 책은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이타적으로 사는 것이 과연 손해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사랑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것이라는 결론을 묵직하지만 가볍게 제시합니다.
마리야의 변화는 마을 전체에 퍼졌다. 한 사람의 변화가 다른 사람까지 변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농장에서 일하던 일꾼 한 명은 그 변화에 감동해서 자기 자신도 바뀌기 시작했는데, 평소 자기 가족에게 가혹하게 굴던 사람이 점차 폭력성을 거둔 것이다.
톨스토이 단편집 128
한 사람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톨스토이 자신이 평생에 걸쳐 삶으로 실천했기에 짧은 글에서도 사골 국물과 같은 깊이와 농도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들에게부터 권하고 싶지만 특히 삶의 방향을 잃고 비대해진 욕망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톨스토이가 남긴 처방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