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위대한 기술은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들은 말이다. 사람의 기본적인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는 한편 조금 더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좋은, 고급의 기술'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보면 아주 성공적으로 인간의 삶에 안착한 다양한 '사물들'을 이야기해준다. 굳이 단어를 선택하자니 사물이지만, 사실 나는 사물이라는 외형적으로 규정된 성격보다 그것이 가진 본질 즉, 기술이나 발명적인 측면에 더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컴퓨터, 성형수술, 커피 같은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사실 위키피디아풍의 지식 나열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물건들을 통해 인간의 '필요'와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도 나름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이제 미래가 궁금해진다. 앞으로는 또 어떤 시대의 괴물들이 짠, 하고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이내 일상으로 스며들 것인가. 역시 인간으로 태어나 사는 즐거움은 바로 이런 '기대감' 아닐까? 새로운 물건, 새로운 유행,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작은 물건들의 한 발자국에 주목하고 싶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