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을 읽은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그리고 하얗게 잊고 지내다 주말에 우연히 2권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리뷰를 작성하려다 문득, 왜 제목이 왕국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책 속 주인공이 주변인물과 공간, 식물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마음 편히 숨 쉬고 일상을 이어가는, 그곳이 바로 왕국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꽤 오래전에 읽은 1편이었는데도 2편을 이어 읽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바나나 특유의 소설들 사이의 '연장성'이 느껴져서 더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바나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묘사하는 데 탁월함을 가진 작가다. 이 책도 커다란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인간의 삶을 이루는 어떤 기운, 분위기들을 마치 살아 있는 조연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명상을 한 듯하면서도, 엄숙해지고, 이 책의 여운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고양이처럼 조용히 움직이게 된다.
식물을 사랑하는 주인공, 식물을 만지는 일로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기쁨을 전해주는 그 유연성은 식물과 별개로 보기 어려울만큼 조화로워 부러웠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향긋한 허브티 한잔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착해지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