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데뷔 소설이라고? 책을 잡자마자 마지막 페이지가 나타나 버린 이 책이 작가가 처음 세상에 보낸 소설이란다. 오랜만에 스릴러를 읽었다. 그 오래간 만에 읽은 노력이 아깝지 않게 나는 책을 한 호흡에 읽어 버렸다. 결국 작가의 구성과 이야기의 흡입 속도가 좋았다는 것인데, 어떤 면에서 보면 아주 익숙한 전개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익숙함 속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그런 내 욕심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만들어 준 것은 아마도 루스 웨어의 독특한 구성력이 아니었을까 부분이다.
10년 만에 연락 온 친구의 결혼 소식, 그것도 친구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메일 속에는 싱글파티로의 초대장이었다. 이런 황당함에 응하는 주인공의 의식 속에는 과거에 대한 기억의 단초가 숨어있다. 그리고 의문을 가지게 하는 또 하나의 정황은 싱글파티에 대한 초대는 있었으나, 결혼식에 대한 초대는 없었다. 이 의심쩍은 상황에 응하는 것, 이상하게 느껴졌다면 작가가 숨겨놓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이 황당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사건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게 한다.
이야기의 구성은 스릴러가 가져야할 좋은 구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건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고립된 공간, 즉 외부와 연결이 단절된 공간이면서 개방형으로 주변에서 한 곳을 응시하기에 용이한 장소이다. 두 번째 구성은 사건이 벌어진 시점과 현재의 시점의 교차이다. 교차되어 등장하는 주인공의 진술은 사건의 긴장감을 더 높여준다. 현재의 기억은 조각나 있고 과거의 기억은 세밀하다. 조각난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그런 감질난 전개이지만 그 것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이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장치는 이해할 수 없는 들러리들의 등장이다. 스릴러 혹은 추리소설이 범인을 감추기 위한 이상행동의 들러리를 세우는 전략,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들러리라고 생각을 못했으니 좋은 구성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출판사의 요란한 홍보문구에 한 두 번 속은 것은 아니지만 영화화 된다는 것에는 찬성이다. 영상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는 대략 그림이 그려진다. 아주 울창한 숲속에 길도 외길로 뚫린 그런 아주 깊은 숲속에 거실이 훤히 보이는 전면 유리로 된 별장이 존재한다. 그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교차 되어 등장하는 병실에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누워있는 또 다른 주인공의 모습, 그 화면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 쓰는 모습과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응시하고 회상하는 모습이 시작이겠지? 영화화 되는 소설을 읽는 재미는 내가 상상한 이미지가 화면 속에 그려지는 것인가? 상상하는 것인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