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존경하는 김은지 시인이 저자로 참여한 책이 출판되었다. arte 출판사의 S시리즈 중 두 번째 책, 『팟캐스터』.
정의하자면 팟캐스트에 ‘대한’ 이야기와 팟캐스트를 ‘위한’ 이야기가 골고루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일러주는 문체여서 후루룩 읽기 좋다.
김은지 시인은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힘들다: “세너힘”>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의 이야기 중에는, 팟캐스트를 꾸리는 과정에서 ‘결정’의 리듬을 체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그 이야기 속에,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는 ‘서보라 씨’에 대한 신뢰와 애정의 말이 하나 가득 담겨 있어 더욱 좋았다.
“그런데 보라 씨는,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오래도록 선택 장애로 살아온 제게 그 균형감각은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제목은 이것으로 결정. 다음 책은 이것으로 결정. 인터뷰는 이 출판사로 결정. 제작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었어요. 결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므로! 이후로 저는 팟캐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일이 착착 진행될 때의 이 리듬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하는 동안 ‘결정’의 리듬, 일상의 리듬, 삶의 리듬을 배우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대체로는 우리가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며 본래의 관성으로 돌아가기가 십상인데. 리듬이 스미는 데는 누구를 만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내가 유연한 몸이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한다. 이건 팟캐스트 <세너힘>에 대해 믿음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연한 몸을 가진 한 사람과 뛰어난 '결정'의 리듬 감각을 가진 한 사람이 만나, 책을 듣고 사람을 듣고 책방의 이야기를 열어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