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희〉를 읽었습니다. ‘나’의 외조부모(박태식, 이순애)에서 외삼촌, 어머니(오세희)로 이어지는 가계, ‘선생님’(서정우)의 외조부모에서 어머니(송말순), 형으로 이어지는 가족사, 제이비 류의 친할아버지(류성철)가 거쳐 온 질곡의 삶을 통해 강제 징용, 자이니치, 제주 4·3 사건, 군부 독재 등 역사의 어둠과 구원의 문제에 대해 제 자신에게 크고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질문은 역사적 성찰과 소설적 상상의 진실에 대한 이해로 데려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호텔 뒤 골목에 서 있던 ‘나’를 보고 동아시아 출신 사람들을 비방하고 조롱하는 말을 하며 지나가던 두 명의 백인 남성의 자세, 커피 주문을 누락하고도 미안함을 모르던 스타벅스 직원의 태도, 그리고 제대로 세척하지 않은 욕실용 컵을 커피와 차 옆에 갖다 놓은 호텔 리셉션 직원의 무례 등 ‘나’가 런던에 체류하는 3일 동안 경험한 차별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일어나는 일이어서 깊은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배타성은 특수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큰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작가가 모델로 삼은 고 서경식 작가, 서승 교수, 서준식 인권운동가, 김시종 시인, 양영희 감독을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나는 일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디어 평양〉(2005)과 〈굿바이, 평양〉(2009)을 본 일이 오래 전인데, 마치 어제나 그제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