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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님의 서재
  • 스파클 (반양장)
  • 최현진
  • 13,500원 (10%750)
  • 2025-04-11
  • : 20,036

이렇게 말해 보자. 나 배유리는 중학교 3학년으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학원의 의대 집중반의 하위권 반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하지만 학원 수업과 공부는 지지부진하다. 엄마의 권유와 아빠의 호소에 의해 의대를 진학하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5년 전에 생면부지의 누군가로부터 오른쪽 각막을 기증받은 적이 있는 나는 뒤늦게 내게 일어난 기적이 누구의 희생 위에 자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증자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러다가 장기 기증자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사이트인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시온을 만나게 된다. 섬유화를 유발하는 세포를 지니고 태어나서 갓난아기 때부터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았던 이시온은 서울의 H대학병원에서 기증자와 한 병실을 썼던 이력이 있다. 내게 각막을 기증한 사람은 난치성 폐섬유증을 앓던 열여덟 살 이영준. 그의 꿈은 에베레스트 등산, 이시온의 꿈은 어디로든 떠나보는 것, 병원 바깥으로 멀리 가 본 경험이 없는 이 두 사람의 꿈에 대해 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데로 데려다주기 위해 ‘의사’에서 ‘파일럿’으로 꿈의 방향을 튼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학원 강사의 조언으로 균열이 일어난 마음에 이영준과 이시온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동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우리도 배유리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마음대로 살 권리가 있다는 것. 사랑과 조화를 좇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일은 꿈과 희망을 품는 사람 쪽으로 환하게 밝아 오리라는 것.

또 이렇게도 말해 보자. 5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할머니가 불편한 다리로 빵을 사러 나간 사이 라면을 처음 끓이던 나는 물을 붓지 않고 가스레인지를 켠다. 냄비가 타면서 생긴 매캐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 때문에 기침을 하던 동생(배영)이 들고 있던 설탕병을 떨어뜨리면서 그 유리 조각이 튀어 내 오른쪽 눈에 들어간 것을 느낀다. 부엌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나와 동생은 공포감으로 울음을 터뜨리고 구토를 하다가 의식을 잃게 된다. 할머니가 오고 소방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이 돌아온 나는 곧 한 고등학생 뇌사자로부터 각막을 기증받지만, 동생은 식물인간 판정을 받는다. 그때 나는 열한 살, 동생은 여덟 살이었다. 동생은 5년째 잘 버티고 있다. 그렇듯이 아빠와 엄마, 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사고 후 무기한 무급 휴직을 했던 아빠는 다시 비행기를 조종하기로 했고, 여승무원으로 H대학병원 후문의 고층 오피스텔에서 지내던 엄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로 약속한다. 이혼을 했던 두 사람이 다시 결합한다는 말이다. 우리 가족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의 팔과 손을 붙잡’고 ‘결빙된 길’을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도 이들 가족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삶은 고단하여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도 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끝내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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