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명희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집을 만났다. 청소년 소설(집)이나 청소년 시(집) 하면 솟아오르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그거 애들이나 읽는 거지.’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고 나는 본다. 과거에 청소년이었던 어른들도 읽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자신을 만나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의 청소년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딸꾹질〉에서는 아버지 맥주 심부름으로 작은 슈퍼엘 갔다가 전자 제품 대리점 파라솔 아래에서 다른 가게 아저씨들과 어울려 축구를 보는 줄도 모르고 주인을 기다리다 캔맥주를 마시고 취해 급기야 월드컵 4강 진출에 거리로 뛰어나온 붉은 물결에 휩쓸리는 공지완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하루: 당근이세요?〉에서는 중 3인 ‘나(나라)’, 보라, 나영, 이름하여 ‘3라만상’을 따라 코인 노래방으로 가 보라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베트남 엄마의 십팔번)을, ‘나’가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싱글맘 엄마의 십팔번)를, 나영이가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엄마와 별거 중인 아빠의 십팔번)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오월의 생일 케이크〉에서는 특수 부대(공수부대)에 입대하여 5월 광주에 투입된 이후 조기 제대를 하고 복학도 하지 않은 채 30년 넘게 돌부처처럼 침묵을 지키며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지내는 중 3 고민서의 큰아빠를 통해 헌정 질서를 파괴했던 신군부와 계엄군의 야만성을, 그로 인해 광주 시민들과 국민들이 받은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의 깊이를 생각하게 한다. 〈개를 보내다〉에서는 열세 번째 생일날 선물이라며 아버지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진주’를 박진서가 처음 만나 점점 가까워져 가족처럼 지내다가 죽어서 수목장을 치른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반려동물을 기르다 유기하고, 입양하며, 치료하고, 장례를 치르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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