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무장한 기마병들에게 쫓기다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져 신음하고 있는데, 어느 틈에 벌써 어머니가 다가와 옷을 털어 주시며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일어서 보니 아픈 데 하나 없이 말짱한 것이 한바탕 꿈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꿈을 꿀 때마다 기억나는 내용을 공책에 적었습니다. 중학교 갈 때까지. 그렇게 한 이유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제가 글을 좀 다룰 줄 아는 나이가 되면 그것을 새로이 꾸며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아주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쿠키 두 개》를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꾸었지만 제 것이 아닌 꿈들을 생각하면서. 엄마가 운영하는 쿠키 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꿈을 꾸는 아이’와, 시골에서 전학을 온 ‘꿈을 안 꾸는 아이’, 그리고 ‘꿈을 안 꾸는 아이’와 구 년째 같은 반인 친구였지만 병으로 세상을 떠난 ‘L’이 꿈 안팎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꿈을 꾸는’ 사람도, ‘꿈을 안 꾸는’ 사람도 작가가 들려주는 꿈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여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 두 친구의 나중 일이 궁금해집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눈을 뜸과 동시에 사라지는 꿈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환상적인 모험을 했을까.”라는 작가의 말은 꿈을 기록하던 한 초등학생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서 활짝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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