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안율)는 눈앞에서 아버지가 죽은 경험으로 인한 충격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어릴 때 횡단보도의 녹색등이 깜빡이고 있을 때, 흰색 무늬를 징검다리처럼 뛰어 건너던 자신의 뒤를 따라 오던 아버지가 차에 치여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 사고 현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아버지와 자기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던 것이 뇌리에 각인되어 앞으로 누군가를 돕는 따위의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을 하게 되지요. 그러고 나서 언제부터 타인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합니다.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일이 불편했고, 불쾌감을 주었으며, 불쾌감은 머지않아 공포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리면서 어머니가 집을 나간 일이 나쁘게 알려져 전에 살던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고, 이 동네로 전학을 와서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 아버지가 자신에게 관심을 끊었다는 서진욱,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서진욱을 사귀면 애들이 자기를 무시하지 않을 것 같아 서진욱에게 사귀자고 했다가 거절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는 김지민, 늘 술 냄새를 풍기며 집을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한 곳으로 만든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면서 반에서는 왕따가 된 상황 속에서 비참한 현실과 맞닥뜨리기 싫어 북극성이 자신이 고향이며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외계인 친구 이도해, 아버지가 죽은 후의 삶이 가끔은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난의 연속 같았다는 엄마 등과의 관계 맺기와 개선(회복)을 통해 ‘나’는 서서히 생각의 균열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에는 무감각한 자신을 버리게 됩니다. ‘나’는 이제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바로 쳐다보게 됩니다. 이렇게 ‘나’는 자신을 돌아보며 ‘어둡고 깊었지만 반짝거렸’던 세계가 자신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주’를 닮은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지요. 어둠과 반짝거림으로 짜여 있다는 점에서 ‘나’와 우주는 동질적인 세계입니다.
천천히 이야기를 따라오면서 아무아무 곡절 끝에 괴로움을 헤쳐 나오지 못하고 서둘러 이 세상 바깥으로 영영 외출해 버린 누이 생각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나’의 엄마 생각을 빌려서 표현한다면, 그때 누이가 세상을 떠날 세상을 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누가 누이의 아픈 마음이 쉴 곳을 만들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돋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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