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깊이를 측정해 본다면
― 박노해 사진에세이 『하루』를 읽고

느린걸음의 새책, 박노해 사진에세이 『하루』. 노랑색 산국처럼 향기로운 글과 눈부신 사진들이 담겨 있습니다. 라 카페 갤러리.
우린 바쁘게 살며 빠르게 하루를 흘려 보냅니다. 머리로 하루의 중요함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 다만 우린, 그저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급한 것을 선택하며 중요한 무언가를 놓칩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냈지만 잘 보내진 못한 우리. 우린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그렇게 고민만 하다 덜 중요한 것에 집중을 하며 또 하루를 놓치곤 합니다.
그리 하루를 흘려보낸 우리에게 이 책은 소중한 하루하루의 다른 풍경을 건넵니다. 재미와 욕구, 소비로 채우는 시간을 보내며 헛헛함으로 채우지말고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는 삶을 살아볼 것을 말입니다.
오늘 하루
얼마나 감동하며 깨달았는가.
얼마나 감사하며 나누었는가.
얼마나 감내하며 사랑했는가.
그리하여 오늘 하루 얼마나 더 나아진 내가 되었는가.
박노해 사진에세이 『하루』 14p 중에서
하루의 중요함을 알리기보다는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드는 책입니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 비슷한 듯하지만 깊이가 다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함부로 살지 않는 사람들, 소중한 나만의 다른 하루로 채우는 사람들에게 물들고 싶어 박노해 시인이 누른 셔터의 찰나를 따라가봅니다.
박노해 시인의 사상과 글을 참 걸맞게 담아낸 도서출판 느린걸음. '단순, 단단, 단아'와 잘 어울리는 이곳에서 『하루』라는 아름다운 책을 펴냈습니다. 두 번째 시리즈도 설렘으로 기다려집니다.

"사람은 밥이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영혼이 없는 밥은, 경외가 없는 삶은, 시든 꽃잎처럼 사라지고 만느 덧없는 생이기에."(박노해 사진 에세이 <하루>중에서 '아침마다 꽃')
<좋았던 책의 장면>
라 카페 갤러리에서도 '아침마다 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른 아침, 아픈 아빠 엄마와 가난, 그리고 버마라는 곳.
이곳에서 땔나무를 이고 있는 아이의 어깨는 참 단단해 보입니다.
발걸음은 차분하며 눈은 참 맑을 것 같습니다.
손은 누구보다 옹골질 것만 같네요.
깊이 있는 하루를 시작하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하여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등지지 말고 경외하며 하루의 시작을 여는 아침.
'아침마다 꽃' 을 통해 이 소녀의 아침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