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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됐는지 큰오빠가 말을 마쳤다. 언니는 답이 없었다. 아까부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식탁에 기대 김대춘만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그런 언니 얼굴이 뭐랄까, 너무 조용하고 미동이 없었다. 첨색시대의 어떤 그림들처럼 창백하고 표정이 없고 우울이, 온도를 해아릴 수 없을 만큼 차가운 우울이 있었다.
은지 네가 해라. 참으면 나처럼 병 되니까, 일산까지 왔으니까 어서."
바통을 이어받은 나는 그러나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들이는 사이 작은오빠가 복도에 나갔다 왔고 고소한 담배 냄새가 났다. 나도 담배 한 대가 간설해졌다. 얼굴도 못 보게 저렇게 엎드려 있으니 말은 더 안 나왔다. 존대를 써서 물어야 하는지, 오빠들처럼 하대를 해야 하는지부터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저 늙은이를 희롱하고,
모욕하는 데 내게 얼마만큼의 지분이 있는지 가늠이 안 됐다. 김대춘은 자기가 당연히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듯 엎드려서, 세상에서가장 비천하고 두려움 있는 인간의 자세를 하고 있지만 그런 자세는어딘가 과장되고 공격적이어서 도리어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왜 이런 걸 따지고 있나, 뭐 필요한 일이라고,
어서 말을 해야지, 하고 얼른 여기를 벗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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