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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님의 서재
  •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 유홍준
  • 19,800원 (10%1,100)
  • 2023-09-22
  • : 5,128

여행을 갈 땐 그곳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에는 감정의 깊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장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모르고 가면 그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순수한 감정만 납작하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장소에 얽힌 역사와 배경을 자세히 알게 된다면 좀 더 깊이 있고 입체적인 감정을 받게 된다. 그런 감정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나 건축물을 감상할 때 더 그러하다.

 

교토를 아무 정보 없이 유명하더라는 곳을 찾아 두 번 다녀왔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다른 건축물의 형태와 일본 특유의 정원을 감상하는 맛이 있었다. 그러면서 가장 아쉬웠던 이 장소가 어떤 역사를 가졌고 누구를 위한 곳인지 몰랐다는 점과 하얀 자갈이 무늬를 이루며 넓게 펼쳐진 것을 보고 그저 간결하고 멋지다는 감상을 늘어놓게만 되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그것이 마른 산수를 표현한 정원임을 알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정보를 모른채 가면 반쪽짜리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유홍준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장소들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역시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그곳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결국 읽는 내내 마음 속에는 교토로의 세 번째 여행을 계획하고야 말았다. 알고 보니 놓친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교토가 번성하기 이전 아스카와 나라 시대부터 살펴본 점이 의미 있었다. 그 시절은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이 문화를 융성하기 시작하던 때다. 주요 기술자들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괜히 정에 끌리게 되어 그들을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들이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그들은 대를 거듭하며 일본인이 되어 일본문화 속에 있기에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닌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 점이 인상 깊었다. 어쨌든 그 시절 유산들은 굉장했고 멋스러웠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로서의 예술성은 누구에게든 위대하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된다.

 

교토의 유명 관광지들을 하나씩 둘러보며 역사와 문화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마치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교토 답사를 따라다니는 기분이 느껴진다. 이야기 중에는 재미있고 멋진 것들이 꽤 많다. 동대사의 대불 주조 이야기, 교토의 3대 마쓰리 이야기, 청수사 창건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붉은 도리이 터널, 삼십삼간당의 1천분의 천수 관음상, 일본 정원의 역사를 시작한 몽창 소석 국사의 이야기, 용안사의 석정과 관련된 이야기와 미스터리처럼 얽힌 돌의 해석과 관련된 이야기들, 금각사의 북산문화와 은각사의 동산문화를 비교하는 이야기, 시시때때로 언급되는 오닌의 난, 철학의 길과 윤동주, 정지용 시비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엉덩이가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다. 청수사 부타이에서 내려다보는 교토 풍경을 다시 보고 싶고 용안사의 고요한 석정이 그립다. 정오의 내리쬐는 햇살을 받고 있던 금각사의 화려한 모습도 해 질 녘에 조용히 산책했던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다시 걷고 싶어졌다. 교토 답사를 위한 사전 공부를 단단히 했으니 이제 떠날 용기를 내봐야겠다. 우리 곁엔 언제나 유홍준 선생님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돌이켜 생각하며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다.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때론 아무 정보도 없이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물론 좋지만, 교토라면 역시 답사를 위한 공부를 하고 가는 편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 (105쪽) 두 번, 세 번 다녀온 뒤 교토에는 그냥 올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부하고 와서 보아야 그 진수를 맛볼 수 있고, 교토 답사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과서이자 ‘학습 지도서’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 출판사 창비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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