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은 두 번 태어납니다. 화가의 손에서 한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번 태어납니다. (…) 컬렉터는 작품의 두 번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림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5쪽)
2013년에 출간되었던 그림값의 비밀이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었다. 양정무 교수님의 책을 거의 다 읽어본 사람으로서 이 책 또한 관심이 가는 책이었는데 개정판이라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책을 쓰시는 편이라서 언제나 즐겁게 읽게 된다.
요즘 '아트테크'가 트랜드가 되고, 삼성가의 엄청난 세금을 이건희 컬렉션으로 가진 그림으로 해결했다는 뉴스를 통해 그림의 거래방식과 그림값에 관해 관심이 가게 됐다. 여기저기에서 아트페어가 열리고 유명 연예인의 영향력이 더해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그림이 경매에서 엄청난 금액에 거래되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최근의 이런 흐름이 반갑다. 그만큼 미술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는 미술시장을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매번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다. 그림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이며, 유명 화가의 그림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거래가 되는 이유가 뭘까?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표지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시작한다. 책 표지엔 당당히 달러 표시가 파여 있고 그 뒤로 고흐의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고흐의 그림은 엄청난 금액에 거래가 되기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너무 적절한 표지가 아닌가 싶다. 노골적인 표현은 책의 1장에서도 이어진다. 자본주의의 진정한 꽃인 미술에 관해 설명하면서 앤디 워홀의 「1달러 지폐 200장」 그림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시장경제 체제에서 미술의 본질은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미술사적 의미를 전한다.
양정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그림값은 이렇게 책정됩니다.’라며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그림값을 형성하는 조건과 관련된 사람들, 환경, 역사까지 총망라하여 그림값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차분히 설득한다. 아트딜러와 경매시장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를 아는 것은 그림값에 대한 의문을 푸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성공한 아트딜러는 뛰어난 안목과 자금력, 깔끔한 매너 그리고 인내와 배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림의 가격을 높이는 데에는 이런 아트딜러의 손길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아트딜러 래리 거고지언을 예로 들며 딜러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작가와 딜러가 5대5 비율로 그림값을 나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딜러의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림값의 기본원칙은 제작비와 작가적 능력을 합친 금액으로 책정이 된다. 여기서 작가적 능력을 평가하고 수준을 결정하는 역할을 아트딜러와 컬렉터가 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그림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그림값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독특한 구조인 ‘호당가격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림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인데 이런 구조는 한국과 일본만 사용한다고 했다. 이렇게만 들어도 정말 이상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호당가격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가격구조를 설명하며 이 체계의 단점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호당 그림 가격을 책정한다는 점도 이상한데 한 번 올라간 작가의 호당 책정가는 해당 작가의 모든 작품의 가격을 높인다는 구조도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이렇게 그림값에 관한 긴 설명 끝에 마지막 장에는 미술 투자에 대한 Q&A가 실려있다. 사실 이 페이지가 가장 궁금했던 질문의 핵심 답변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며 끝까지 흥미를 끌어내는 책이다. 그림을 좋아하고 아트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나처럼 이 책을 너무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출판사 창비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