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결과에 크게 절망해서 한동안 신문도 안 보고 인터넷뉴스, 정치사회 팟캐스트까지 일절 끊고서 현실을 아예 외면하며 지냈다. 문득 '왜 이렇게 절망감이 클까' 하다가 내가 대선 결과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세상은 느리고 꾸준하게 진보하지만, 사는 게 워낙 힘드니까 당장 힘 있고 의식 있는 누군가가 세상을 좀 살만하게 바꿔주길 바란 게 아닌가 싶다. 쉽고 빠른 변화를 기대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뚝심 있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쌍차 해고자들, 강정마을 사람들.. 자기 존재를 던져 세상과 싸우는 사람들. 전순옥 의원, 문재인 의원, 박원순 시장... 자기 존재를 던져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충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내용이 어두울지언정 생기가 느껴진다. 말에서 힘과 의지가 느껴진다.
대선은 끝났지만 삶은 꾸준하다. 꾸준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