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관광지를 찍고 돌아오는 목적지 뚜렷한 여행이 아니다. 최갑수가 바람처럼 뚜렷한 목적 없이 떠돌며 남긴 흔적들을 보다 보면 여행이 우리 삶에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나아가 삶 자체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는 무려 32개 나라 120개 도시를 여행한 기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기실 그런 숫자들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다. 여행은 그저 일상의 숨 막히는 패턴에 억눌려 있던 나 자신을 내면으로부터 끄집어내 주는 새로운 공간과 시간, 낯선 인연을 제공하는 계기일 뿐. 모든 변화는 결국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책의 부제처럼, 모든 여행의 목적도 결국은 '부디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삶과 세상 모든 관계들에 대한 애착과 비애, 삶과 여행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짧은 글이라도 여운의 꼬리가 길어 마음밭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