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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le_Aladin
  •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 카르마 브라운
  • 15,300원 (10%850)
  • 2021-09-08
  • : 290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6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둔 채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한 두 여성, 앨리너(넬리)와 앨리스의 이야기다.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 레시피처럼, 앨리스는 넬리가 집안에 남겨두고 간 레시피와 흔적을 더듬어가며 넬리를 이해하고, 또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때로, 역사는 되풀이되곤 한다”라는 문장은 이미 이 책을 수식하는 데 여러 차례 쓰인 듯하다. 앨리너와 앨리스, 애칭으로는 넬리와 앨리. 이름마저 비슷하게 느껴지는 두 여성의 삶은 챕터가 교차함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궤적을 그리며 흘러간다. 넬리의 남편인 리처드로 대표되는 (60년 전에는 이상할 것이 없었던) 폭력적인 가부장제와 앨리스의 남편인 네이트로 대표되는 현대의 가족상 역시 대비되는 듯하면서도 뜻밖의 지점에서 교차하며 두 가정이 어떤 갈등을 겪게 되는지를 묘사한다.


이러한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비밀’이 아닐까 싶다. 넬리의 비밀, 리처드의 비밀, 앨리스의 비밀, 네이트의 비밀. 각자의 이유로 상대에게 숨겨야 했던 비밀이 얽히며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책의 뒤쪽 표지에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오직 입으로만 전해져야 하는 게 있단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 이 말이 무색하게도 넬리와 앨리스의 사이를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은 입이 아닌 글이다. 넬리가 남긴 레시피와 편지, 그리고 앨리스가 쓰는 글. 두 사람은 글을 통해 꼭 필요하고도 은밀한 어떤 것들을 공유하게 된다.


작중에서 앨리에게 힘이 되는 여성은 전화로 몇 차례 등장하는 엄마가 아닌 딸이 없는 두 여성 - 60년 전 저택의 주인인 넬리와 이웃집의 샐리 - 이라는 점도 상당히 흥미롭다.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넬리에게 힘이 되었던 여성이 샐리의 어머니인 미리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어쩌면 자기만의 레시피를 전해주는 일은, 모녀 관계를 벗어나 이전 세대의 모든 여성과 다음 세대의 모든 여성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는 결국 자신을 찾아내고 정의하는 이야기다. 넬리의 선택과 앨리스의 선택을 최선의 선택, 혹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으나 두 사람은 기나긴 이야기의 끝에서 자신을 찾아 나서는 고군분투를 마무리한다. 앨리스의 입장에서는 고군분투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60년 전에도, 지금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 나서는 일일 것이다.

날짜로 보나 계절로 보나 꽃을 심기에 너무 늦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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