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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le_Aladin
  • 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
  • 16,200원 (10%900)
  • 2021-08-13
  • : 2,450

어릴 적 집에는 서문당에서 나온 컬러백과 서양 미술 시리즈가 있었다. 샤갈, 모딜리아니, 고야, 쇠라.. 낯선 이름의 나열 속에서 한 권을 골라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형형색색의 그림들에 홀린 듯 시간을 보내곤 했다. 미술관을 좋아하게 된 것에는 그때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유럽에서 미술관을 방문에 작품을 감상할 때면 인쇄물로만 보아왔던 작품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에서 오는 두근거림이 느껴지면서도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잘 몰라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이야기, 그 시대의 이야기,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예술과 그 시대의 역사가 얼마나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이야기하는 <벌거벗은 미술관>이라는 책의 소개를 발견하고 흥미를 느꼈던 것도 이러한 경험의 연장이었다.


<벌거벗은 미술관>은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첫 장에서는 고전 미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고, 두 번째 장에서는 초상화 속 인물들의 표정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다룬다. 세 번째 장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 발전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네 번째 장에서는 팬데믹이 예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논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영국의 역사학자 E.H.카의 말을 인용한다. 역사는 과거의 시점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의해 얼마든지 재해석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코로나 판데믹과 흑사병, 스페인독감 등 역사 속 인류가 마주했던 전염병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술의 발전 속에서 판데믹이 어떤 변곡점으로 작용했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고, 코로나 판데믹 이후 인류의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게 될 것인지도 궁금해지는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와 미술 작품들은 먼 미래에 어떻게 읽히게 될까? 아주 오랫동안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복제본이 그리스의 고전 미술로 여겨졌던 것처럼,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된 해석이 정설로 자리잡아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다루었던 작품들 중에는 새롭게 알게 된 작품도,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자꾸만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을 보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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