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도 기억력 만큼은 젊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거 같다. 어떤 물건들. 꼭 어딘가에 잘 넣어둔 물건은 기억이 나질 않고 찾아내질 못하는 횟수가 빈번해질수록 내 나이를 체감하곤 한다. 특히 책장을 정리하면서 책을 여기저기 분산시켰던 탓에 요즘 책을 찾으려고 정리해놓은 상자를 우르르 무너트릴땐 머리 끝까지 치솟는 화가 한심함으로 바뀌고 나서야 섬광처럼 머릿속을 지나치는 어떤 찰나의 순간들이 떠오르곤 한다.
요즘 이런 순간은 대출한 책에서도 고역스럽게 느끼곤 한다. 처음 대출했던 책들과 훗날 예약 문자를 받아서 대출해온 책들이 책장에서 한 몸으로 뒤섞여 버렸을 때, 어떤 책을 언제 반납해야 하더라 하는 생각이 걱정으로 뒤바뀌고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을때, 하는 수 없이 책을 모두 짊어지고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었던 때의 황당함과 뒤늦게 휴대폰으로 대출 목록을 확인해 보면 될 것을 하는 미련함이 떠올라 큰 한숨을 몰아쉬곤 했다.
그러니 그냥저냥 기록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조금은 귀찮지만 그 귀찮음 보다 무서운 것은 스스로 짊어지고 가야하는 미련함이라는 생각을 하며...
<반납일은 5월 20일이다>
이 중에서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는 구간인데 요즘 나온 신간보다는 분홍빛 표지의 쿠슐라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찍힌 구간의 표지가 더 좋은 느낌이다. 왜 표지를 양장본으로 바꾸고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한 신간으로 나왔는지.. 아쉬운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구간을 빌릴 수 있던 게 행운이었다.
창비 블로그에 놀러 갔다가 <여자다운게 어딨어>라는 책을 보고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그 옆에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이 보여서 함께 대출했다. 잠깐 표지를 읽어봤더니 그가 여성의 참정권 도입을 주장하며 여성 해방 운동에 앞장 섰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또한 아내 해리엇 테일러가 사상의 동반자이자 조언자라는 표현 역시 마음에 들었다. 선거일을 하루 앞둔 오늘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 참정권 주장이야말로 뜻깊게 새겨볼 만한 일이 아닐까나.
내일은 선거일이라서 신랑이 출근시간에 맞춰 함께 투표장소로 가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내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만큼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하는 바램은 가득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