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여러 가지 기구한 운명을 써서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꾸며가지고 심심한 사람들의 소일거리를 삼는 일이 있으나 그러한 이야기와 같이 곡절 많은 세상사를 그대로 몸에 지니어 한 개의 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p.165)
‘소설, 잇다’ 시리즈 세 번째 책. 근대 작가 이선희와 현대 작가 천희란의 작품에는 ‘불합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을 타개하고자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선희 작가는 현재를 먼저 보여주며 궁금하게 만든 후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이좋은 부부에게 일어난 비극(「계산서」), 아이를 데리고 추억의 장소로 찾아가는 과부(「여인 명령」) 등 기구한 삶을 담고 있다. 과거의 즐거운 기억은 현실의 고통과 막막함을 더욱 부각한다. 좋았던 시절을 자주 회상하는 주인공이 안타까웠다.
장편 「여인 명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흥미롭다. 근대화된 식민지 조선이 배경인데 당당한 느낌의 주인공을 따라… 그 시대에 잠시 살다 온 기분이다.
천희란 작가의 에세이와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이선희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계산서」와 비슷하다는 샬럿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도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