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두꺼운 책에 대한 부담이 왜 이렇게 큰 건지,
나라는 애는 그냥 항상 얄프리(?)한 책만 천상 들고다니면서 봐야할 것 같다.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집중력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딱히 맘에 안드는 것도 아닌데 단지 두껍다는 것 때문에 좀 질리는 게 큰 것 같아서. 뭔가 책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에 대해 심히 생각해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스티그 라그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2권도 그렇고 그 후속편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도 즐겁게 거의 흡수해버리듯이 읽어버려서 두껍고 연작소설과도 이제 친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아 아직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 책, 너무 오래걸렸다 허허허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도 피의자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적으로나마 죽은자라고 결론지어놓은 사람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감정과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자 화자는 토마스 쉴드 선생. 잠정적으로 죽은자라고 결론지어놓은 사람(일단은 죽은자라고 해놓자)의 아들과, 사건의 중요 순간마다 관계를 맺고있는 한 미국 소년의 선생님이기도 하고, 또 사건의 중심에서ㅡ나는 그 미국 소년보다도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이 선생이 더 중심에 있었던 것 같아. 낄데 안낄데 다 끼침. 딱 약방감초!ㅡ이 살인사건에 의문을 품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실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지. 머리는 참 좋은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의미도 잘 부여하고, 의심도 잘 하고.
일련의 시간 흐름에 따라 그의 기록을 따라가고 있는 형식인데, 이 흐름이라는 것 자체도 워낙에 의문 투성이의 일들이 겹겹이 생기는 편이라서 그런지, 나의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은 계속 쌓이기만하고. 또 이야기의 끝이 보이지는 않아서 좀 답답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거의 절정부분이랄까. 그때 죽었다고 잠정결론내려졌던 자가 사실은 누구였고, 또 죽인자는 누구였고. 그들이 사건 당시 어떻게 얽히게 되었었고 그때 죽인 피의자가 지금의 상황까지 사건을 어떻게 끌어오고 있었는지. 그 선생이 겪었던 의문 투성이의 일을 하나하나 해결해주었던 마지막 종결부분이 반전이라면 반전이었고, 파격적이긴했지만 예상이 전혀 안됐었던건 아니라 그럭저럭 그 사건과 관련된 부분 자체는 심드렁하게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주목했던 건, 이 당시의 시대 상황이랄까. 허영과 자만으로 가득차 있던 특정 계층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부분들이었다. 쉴드의 주변에 있었던 두 여자들의 감정 표현이랄까. 나는 그 마지막 부분에 남편의 무덤근처에서 쉴드를 만났었던 프랜트 부인의 행동에서도 사실은 좀 짜증이 났었는데. 역시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 여자들의 표현이 이런식으로밖에는 안됐었나 보다, 싶기도 하고. 여튼 노예제도에 대해서 중간 중간에 카스월이나 노크가 이야기하는 부분도 그렇고, 또 하인들과 주인들의 관계, 함웰에게 시종일관 검둥이 검둥이하면서 하대하던 카스월의 개싸가지없는 모습도 그렇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카스월의 모든 걸 제일 잘 알고 있는 플로라가 소피와 카스월을 자꾸 엮으려고 했던 것도. 거 참,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신지...
당시 시대가 1819년인데, 내가 책 속에서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당시의 귀족계층의 감정과 행동들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 새롭기도하고 고맙기도 하고, 혀를 끌끌차게 만들기도 하고. 여튼 그랬다.
이 책이 홍보되고 하던 타이틀이 '에드거 앨런 포'라고 하는 실존인물에 대한 생에 대해 언급하면서, 소설 속에서도 재조명하는 부분이었는데, 사실 나는 그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던 채로 봐서 그런지, 책을 보면서 이 앨런이라고 하는 소년에게는 그닥 관심도 가지 않았다. (그냥 두 소년이 나올때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정도? 이렇게 이쁜 아이들과 살인사건을 연결시키는 건 아예 생각도 못했지. 특히 그 수도사들의 보물을 찾겠다고 까불고 다닐때는, 너무너무 천진하고 귀여워 보였음. 전체적으로 살짝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얘네들만 나오면 왠지 봄같이 밝아지는 느낌!) 결국은 제일 마지막 장에 두 장정도 할애하고 있던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역사적 노트>도 스킵해버렸는데, 어쨌든 뭐 아무래도 내가 추리소설쪽을 계속 좋아라 한다면 언젠가는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좀 더 친근하게 만나용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