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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님의 서재
야행관람차
아뉴미온느  2011/03/16 10:20
  • 야행관람차
  • 미나토 가나에
  • 10,800원 (10%600)
  • 2011-02-21
  • : 1,450
미나토 가나에 -

<고백> 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 정말 혜성처럼 나타났던 일본추리소설 작가.

하지만 그 유명한 <고백>은 못 보고, 최근에 출간되었던 <소녀>도 못보고, 나는 그 중간에 있던

<속죄>를 보았는데, 음 뭐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구성이 정말, 너무 기발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소름끼치도록 잔인해서 사건 속의 범인을 쫓는 그 자체보다도

그 피의자라고 해야할지, 피해자라고 해야할지 모를 소녀들의 서술에 매료됐었다.

그 당시에 보았던 추리소설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정도로 내게는 큰 인상을 주었던 작품이었지!

 

그리고 그렇게 많은 생각과 충격을 안겨주었던 <속죄> 이후로 보게 된 이번 <야행관람차>.

언제나 화자나 주요 등장인물을 여학생들에게 맞추고 있었던 저자의 옛 작품들에 비해

이번에는 가족, 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몇몇의 독특한 등장인물을

데리고 이러 저러한, 현실적인 (현실보다 조금은 더 극단적이지만) 인간상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히바리가오카라고 하는 언덕 위의 한적한 부자동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세 집이 나온다. 다카하시 가족, 엔도 가족, 그리고 고지마 사토코.

 

1. 다카하시 가족

의사 아버지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어머니에, 의대생 큰아들, 유명 사립고에 다니는 딸, 그리고

잘나가는 아이돌을 쏙 빼닮은 막내아들. 남들이 보기에는 어느 하나 모자랄 것이 없는

멋지고 화목하기까지 한 가정.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막내아들이 농구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

 

2. 엔도 가족

집안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에도 관심없이 나몰라라하는 무사안일주의 아버지에

모든 것을 묵묵히 참기만 하는 어머니에. 부모님을 '당신 당신' 하며 항상 소리지르고 집어 던지고

아무튼 싸가지바가지 싹퉁머리 1인자인 외동딸 아야코로 구성된 이 집안.

 

3. 고지마 사토코

이 아줌마도 좀 싸이코같긴 한데 아무튼 이 아줌마의 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부자동네에 대한 애착이랄까, 자부심? 아무튼 뭔가 언덕 아래의 서민들과는

절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잣집 마나님. 아 그리고 오지랖 세게최고

 

여튼 이렇게 평범하지만은 않은 히바리가오카 주민들이 가족별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장이 바뀔때마다 화자를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또 장이 끝나는 부분에는 진행되고 있는

당시의 날짜와 시각이 나오는데, 뭔가 초반에 발생하는 사건을 기준으로 각각의 등장인물이 나와서

한 마디씩 번갈아서 하는 형국이니 그다지 긴 시간동안의 이야기는 아니다.

뭔가 중간 중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인물들간에 갈등도 많고, 사건들도 더러 있고 하지만,

책 속에서의 시간 흐름은 4일 정도.

정확하게는 7월 3일(수) 오후 7시 40분부터 7월 6일(토) 오전 4시까지의 이야기. (아따~ 정확하다)

 

 


 

기억나는 인물이나 기억나는 순간순간들.

1. 우선은 성격 좀 뒤틀린 사람들 참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중 싸이코 오브 싸이코는

단연 아야카. 정말 책 보는내내 진짜 얘 때문에 화나 죽는 줄 알았다.

뭐 다른 책들에서도 부모님, 특히 엄마에게 막하는 애들은 익히 봐와서 솔직히 아야카가 엄마에게

소리지르고 욕하고 물건 집어던지고 하던 건 그나마 참고(?) 넘어가주겠는데

앞 집에 사는 히나코와 노래방에 갔을 때의 그 장면에서는 정말 그 노래방에 들어가서 뒤통수라도 확

때려주고 싶었다. 어쩜 그렇게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지. 청춘드라마나 학원물에 꼭 하나씩 나오는

얄밉고 가증스럽고 주는거 없이 미운 그런 캐릭터들의 가장 미운 부분만, 아주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랬던 아야카가 갑자기 엄마한테 멱살 한 번 잡히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그건 아닐것임.)

마지막 장면즈음에 갑자기 허심탄회하게 사건의 본질을 꼬집는 말들을 하는 바람에, 나 솔직히 깜놀!

 

2. 이야기 자체에는 그렇게 관여한 인물은 아니지만 다카하시 집안의 큰아들, 의대생 요시유키의 여친.

작가가 이 인물을 묘사해놓은 걸 보고 사실은 정말 많이 놀랐다. 왠지 연애하는 여자의 심정을

정말 잘 표현해놓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연애할 때 절대로 저렇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풉)

아니, 여자의 심정보다도 왠지 끼부리는 여자친구를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을 더 적나라하게 표현했나?

특히 그 요시유키 때문에 토라져서 베개를 확 집어던지고는 침대에서 이불 돌돌 감고 있을 적에

그러고 있는 여친보면서 요시유키가 '토라졌다고 유세하는 걸까' 하는 부분. 아... 나 왜 뜨끔하니!

 

3. 미친 아야카의 무서운 엄마, 마유미도 마지막에 제대로 한 껀 해주셨지. (살짝 스포)

그런데 그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상대방이 짐승처럼 보이면서 뭔가 내게 덮어 씌워져서는

그냥 확 돌아버리는거. 정신줄 제대로 놓고 그냥 도는 거지. 이해가 간다옹.

 

- - -
 

남의 가정 문제를 억측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다들 모르는 척하는 것이고, 통념상 그런다고 비난받지도 않는다. (p.124)

 
- - -

 

뭐 아무튼 정말 성격 이상하고 이해 안가고, 또 보는내내 짜증나는 캐릭터도 있긴 했지만

사실은 어떤 부분에서는 나 자신에게도 그들의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너무 잘나기만 한 앞 집 언니에게 심한 질투와 자괴감을 느끼는 거라든지, 아니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잃어버리게 될까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하게 되는

그런 모습도 그렇고. 너무 크고 엄청난 일이 터지게 되면 그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기만을 바라고.

어딘가가 살짝 뒤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경험해본 적 있는.

그런 낯설지만은 않은 감정들 -

 

그나마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금이나마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는 모습이어서

살짝 따뜻해보이기도 했는데 여튼.

너무 내 입장에서만, 내 이익만을 재고 따질 게 아니라 뭔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는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든 아니든, 피가 섞였든 안섞였든,

어쨌든 이렇게 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그거 너무 빡빡하게 굴면 재미 없잖아요.

미나토 가나에도 역시 높고 낮음이 다 무색해지는 야행관람차에서 바라보는, 그저 아름답기만한

풍경과도 같은 삶을 이야기하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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