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아뉴미온느 2011/01/3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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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미조 세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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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님이 그렇게나 추천해주셨었던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처음으로 드디어 만났구나. 그것도 원래 요코미조 세이시 식의 전통적인 건 아니고, 과도기적인 작품이라던데 - 화자가 1인칭이기도 하고 여성 화자라는 게, 요코미조 세이시의 유명한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그리고 극중에서 탐정으로 나오는 (소년 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유명한) 긴다이치 코스케가 다른 작품에서와는 또 다르게 여성 화자를 압박하는 역할로 나온다는 점도 특이하다고 하던데.... - 원래는 그다지 큰 압박을 가하지 못하고 주인공에게는 그저 찜찜한 정도의 형사로 묘사된다고. 흐음; 나는 뭐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는 거니, 특이하다 마다 할만한 건 없는 것 같고. 흡입력 하나는 짱이다.
그나저나, 요즘 추리소설 주인공으로 나서는 여자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삼수탑>의 미야모토 오토네는 너무 심하게; 누구에게든 의지적이고 여리고 소심하고 가녀리다는 점. 옛날옛적의 여성상이라고 할까. 그리고 좀 전체적으로 (특히 그 악당이었다가 변호사 보조였다가 암매상이었다가 서방님이 되버리는 '그 남자'만 나타나면 더욱 심해지곤했자) 남녀사이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좀 신파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이 1950년대 작품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절대 옛날스럽지않고 오히려 이렇게나 오래된 '고전'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옛날작품이 이 정도의 매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랍기만 하다. 최고 최고!
뭔가 추리소설이 가질 수 있는 매력들은 모두 갖추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즈음의 반전도 반전이지만 피를 나눈 친척들끼리 백억엔이라고 하는 와닿지도 않는 큰돈을 갖기 위해 경쟁자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는 연쇄살인이 행해지는 과정.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하나씩 죽어가고는 하는데 뭔가 범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궁금하지가 않은지; 내가 이상한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누가 죽였으리라 하는 예감만 가진 채 그다지 추리를 해나가진 않고 그저 오코네가 지금의 이 그지같은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지. 또 이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만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이 책 띠지에 적혀있던 그 "이것이야말로 요코미조 식 로맨스" 라고 하는 표현이 확확 와닿을 정도로 두 사람 중심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범인이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라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긴 했지만, 약간 너무 의외의 사람이라서 그 사람이 살인사건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책을 앞으로 되넘겨볼 필요도 없이, 그저 이 책에서는 오코네 입장에서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들춰봐도 알 수가 없을듯 한데... 그냥 작가가 독자를 데리고 가는 흐름에 유유히 따라가고, 반전도 반전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고 아닌 것 같다. (내가 뭘 달리, 추리할만한 건 없었다는?)
"너한텐 내가 필요해. 서로 죽이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어. 게다가 네 경쟁자에게는 각자 남자가 붙어 있다고. (중략) 알겠나, 오토네. 그러니 너한테는 나라는 강하고 영리한 남자가 필요해. 우리는 일단 동맹을 맺는거다." (p.139)
백억엔의 유산과 관계하고 있는 많은 수의 친척들이 등장하고, 또 그런 친척들과 새끼줄을 꼬듯이 관계되어 있는 많은 등장인물들. 장마다 사람이 몇명씩은 죽어나가는 (총16명씩이나!) 정신을 쏙 빼놓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도 그다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헷갈리지 않는 이유는 뭔가 여주인공인 오코네의 설명들에서 인물묘사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하지만, 쌍쌍이 붙어 다니는 등장인물들의 특징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좀 유치하기도 하고 오금이 절이는 설정들이 눈에 띄어서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이것도 역시 1950년대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뭐 그다지 신경 거슬릴 건 아닌 것 같고. 나름대로 내가 만난 첫 작품치고 마음에 쏙 드는 최고의 소설이라고 까지는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속에 흡입력은 최고였다고는 생각하니만큼, 얼른 이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군!!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그리고 빨강님도 재미있게 보신)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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