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혹은 몸과 정신.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
대 사회에서 몸은, 그저 뇌로 대표되는 정신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자기계발서를 보더라도 효율적인 시간관리 또는 목표달성, 성공적인 삶을 위해 또는 하다못해 운동을 권하는 이유도 좀 더 강인한 정신으로 열심히 살기위해서라고 하지 않는가. 한참 삼십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책을 읽고 뭔가 쿵 울리는 느낌이다. 내가 내 몸을 어떤 그릇으로만 생각하고 그 목적이나 정체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구나.
저자 팀 파크스는 유명한 영국 작가로 언제부터인지 모를 '빌어먹을' 통증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전립선에 문제가 생긴것인데 도통 정확한 원인도 모르겠고 이것 저것 받아보는 검사와 다양한 치료방법에 점점 지쳐만 간다. 몸이란, 성공과 천국으로 가는 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번잡한 실랑이 같은 것이라 생각한 더군다나 회의주의자인 저자였으니 그 당혹감과 불안, 분노는 어느정도였는지 알 만하다. 이탈리아에서 내로라하는 비뇨기과 및 여러 분야의 의사들과의 만남에 희의를 품을 무렵 번역 회의를 위해 잠시 머물던 인도에서 접한 아유르베다의학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걱정이 많았던 그가 몸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했던 행위들이 몸의 균형을 깨뜨려 통증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 못지 않게 나도, 이런 말은 나도 하겠네 코웃음쳤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어가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연 나는 내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인적 있었던가? 아니, 몸이 말을 건다는 상상조차 해본적이 있었나?
1부에서 일은 일대로, 통증은 통증대로 그렇게 죽어가나 싶던 저자는 2부의 시작에 한 권의 책을 읽게된다. 책 표지에도 그려져있는 A Headache in the Pelvis 즉 '골반의 두통'이라는 이 책은 가만히 앉아 있는 법 다른 말로 명상으로 통증을 이겨내는 법을 제시한다. 명상이라니.
그런데 거짓말처럼 저자의 통증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저자는 점차 명상의 매력에 빠진다. 물론 끊임없이 약간의 의심을 해가면서.
이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한번 탄력붙으면 상당한 재미를 준다. 현실의 때가 적절히 묻은 저자의 너무나 솔직한 경험담과 생각들때문에 그리고 의외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위인들이 저자와 비슷하거나 다른 통증을 앓아왔다는 사실 그리고 저자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자체가 마음에 위안을 준달까. 실은 개인적인 일로 1부를 읽어나가는데 힘이 들었다. 자꾸 감정이입이 되어 작가의 불편한 현실이 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난 듯하여 한 장 한 장 넘기기 버거웠었다. 그러나 점차 몸이 회복되어가면서 통증이 그를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해준 것에 감사한다는 작가의 글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처한 지금도 옳은 길로 가는 중이로구나. 내 몸이 내게 말을 걸고 있구나. 무시하지 말고 조용히 경청해봐야겠구나.
저자는 이 책을 실화 분야에 넣었으면 한다고 했다. 대부분 판매처에서 이 책은 건강에세이로 분류되어있다. 건강을 찬양하는 대부분의 건강에세이와 다르게 회의주의자인 저자가 시도한 여러 방법과 결국 선택한 해결책이라는 점때문일까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인 여타의 책보다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을 책이다. 아직 몸이 나 좀 봐달라고 할 나이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 시점에 몸도, 정신과는 별개로 (물론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는 뜻은 아니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게되어 감사했던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