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권 읽기 프로젝트의 첫 서평책으로 애도하는 사람을 고른것은 이 책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한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사랑에 대한 반전이 돋보이는 재밌는 소설 정도의 감흥을 주었기에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제법 두꺼운 분량이라 며칠 나누어 읽다가 마지막 날 기어이 다 읽어버린 늦은 밤 가슴을 누르는 감동으로 쉬 잠들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다. 주인공 시즈토는 생업을 차치하고 떠돌며 애도하는 대상은 친분이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애도하는 사람'의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친분도 없는데 왜 애도를 표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이 작품은 주인공 ‘애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와 관련이 있는 세 사람의 시점에서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나간다. 그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그를 위선자라고 치부하던 사람들이 나중에서 그를 찾고, 그를 이해하게 된다. - 책 소개 중
시즈토는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어린 시절, 집 마당에 아기새가 둥지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 죽음을 잊지않기 위해 왼쪽무릎을 꿇은 후 오른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 듯 하늘을 향해 올리고 왼손은 땅에 닿을듯 내린 후 두 손을 가슴에 나란히 포갠다. 그의 첫 애도였다. 탄탄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불현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을 떠나 애도를 시작했고 그는 그가 애도하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죽었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사람은 세가지의 공통점이 있다고 믿고 그것으로 고인을 애도한다.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는 암으로 생명이 꺼져간다. 생명을 잉태한 딸과 남편의 돌봄을 받으며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프리랜서 기자 마키노는 자극적인 편집 기사로 악명높다. 시즈토를 만난 후 새로운 각도로 기사를 써 호평받는다.
유키요는 남편을 죽여 수감생활을 한 후 남편을 애도하는 시즈토를 우연히 만나고 시즈토와 동행을 시작한다.
이 세사람은 시즈토의 기묘한 행위로 인생이 바뀐다.
하루에도 여러 사람이 죽는다. 자살로, 사고로, 병으로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은 가족에게는 큰 슬픔이지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는 한 쉽게 잊혀진다. 그것뿐일까, 어떤 이들의 죽음은 알려진것과 다른 경우도 있다. 죽어 잊혀지는 것도 슬픈데 불명예스러운 죽음이라니.
그럼에도 가족이나 지인외에 나와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 내가 죽은 후 내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에게 사랑받았으며 어떤 감사를 받았었는지를 진심으로 그의 마음에 품어준다는 믿음이 있다면 홀로 죽어가는 것도 외롭지는 않을것같다.
내가 걷는 길 어디에선가 어떤 사람이 운명을 달리 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살았겠지 생각하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도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없다.
어쩌면 세상에는 시즈토의 분신들이 많은 죽은이의 염원을 담아 그렇게 애도하고 다닐는지도 모르겠다.
시즈토의 애도 여행을 좇아 독자로서 여행을 다닌 나도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아마 그 파문은 잊혀여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예의의 싹으로, 이 책의 독자라면 그만의 어떤 싹이 돋았으리라 믿는다.
사족으로, 이렇게 서평을 쓰는것도 책 하나 하나를 '애도'하는 행위와 통하는 것이 아닐까.
읽고 끝나는 그렇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한 권 한 권 곱씹으며 내 가슴에 담는 행위.
내용의 깊이 차이를 떠나 쉽게 쓰이고 쉽게 출판되는 책은 없을텐데,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의 말에 빗대어 책의 내용이 어떻느냐보다 그 책을 읽고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겼는지 그것으로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잡아내는것이 중요함을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 서평을 쓰는 일이 참 힘들구나 싶었다.
이 글이 과연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제대로 적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염려스럽다.
글은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글이 마음을 이끌기도 하니까.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흔히 잊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재미와 감동 모두 얻을 수 있는 책이다.